태양광 공급인증서(REC) 시장에서 저가 입찰이 극심해지고 있다. 제살깎기식 저가 입찰로 태양광 발전사업자 수익 악화는 물론이고 국산 기자재가 찬밥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에너지관리공단이 발표한 ‘2014년 상반기 신재생공급의무화제도(RPS) 태양광발전 REC 판매사업자 선정 결과’에 따르면 REC 평균가격은 11만2591원/REC으로 산정됐다. 입찰을 개시한 지난 2011년 하반기 이래 최저 가격이다. 직전 반기 대비 12.4%, 최초 판매사업자 선정제도를 시행한 2011년 하반기 평균가격(21만9977원)과 비교하면 48%나 하락했다. 입찰 공고 물량은 직전 반기에 비해 60%가량 늘어났다. 저가 입찰이 줄어 REC 가격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일반적 예상이었다. 하지만 당초 예상과 달리 REC 평균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저가 입찰 경쟁이 극심했던 탓으로 풀이된다.
태양광 시공 업체 관계자는 “이번 분기만 해도 제품 가격 하락요인이 없는데도 REC 평균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10% 이상 떨어졌다”며 “판매사업자에 일단 선정되고 보자는 식의 저가 입찰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1년 판매사업자 선정 제도가 시행된 이후 REC 평균가격은 지속 하락하는 추세다. 태양광 제품 가격 하락 속도와 비례해 REC 평균가격도 낮아졌다. 여기에 저가 입찰이 성행하면서 최근 REC 평균가격 추락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발전사업자가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저가 입찰에 나서는 이유는 입찰 시장 규모에서 찾을 수 있다. 162㎿(가중치 적용물량)를 공고한 이번 입찰에는 4530개소가 685㎿를 접수해 4.2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찰물량에 비해 태양광발전사업자 수가 많다보니 REC 거래 시장은 철저하게 구매자 중심으로 작동하고 있다. 지난 반기 때도 경쟁률은 5대 1에 육박했다.
REC 가격 급락으로 국산 태양광 기자재 사용이 크게 줄 수 있다는 우려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투자비를 산정할 때 REC 평균가격을 수익성 바로미터로 삼는다. REC 평균가격이 낮아질수록 사업 투자비도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 국산 태양광 모듈 가격은 와트(watt)당 750~800원 수준. 이를 기준으로 추산한 발전소 건설 평균비용은 ㎿당 21억~22억원에 달한다. 이번에 산정한 RE C평균가격으로 수익을 내려면 발전소 건설비용은 ㎿당 18억~19억원선에 맞춰야 한다.
입찰에 참여한 태양광 발전소 대표는 “어느 정도 품질을 보장하는 제품으로 발전소 건설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REC 가격이 12만원 중반에서 형성돼야 한다”면서 “가격 70%, 비계량 평가 30%인 현재 입찰평가 비중을 재조정해서라도 무조건적 저가 입찰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아직 국산화율에 큰 변화는 없고 태양광 발전 설비에 문제가 없다면 입찰 가격을 제한하는 등 인위적 개입은 불가능하다”며 “REC 가격 급락은 사업여건을 악화시키고 결국 태양광 발전사업자 수익성을 낮추는 부메랑이 될 수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공급인증서(REC) 판매사업자 선정제도=판매사업자 선정제도는 신재생공급의무 (RPS) 대상사업자에 REC를 판매할 사업자를 입찰로 선정한다. RPS 대상사업자는 선정된 판매사업자로부터 공급인증서를 구매해 전체 의무량의 일부를 채워야 한다. RPS 공급인증기관인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판매사업자 선정으로 연 2회 공급의무자 선정의뢰를 받는다.
판매사업자 선정 REC 평균가격
2011년 하반기: 21만9977원/REC (거래개시)
2012년 상반기: 15만6634원/REC
하반기: 15만8660원/REC
2013년 상반기: 13만6095원/REC
하반기: 12만8539원/REC
2014년 상반기: 11만2591원/REC
최호기자 snoop@etnews.com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판매사업자 선정 REC 평균 가격 (단위:원/R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