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 이야기]후발 주자가 필요한 선발 주자의 불편한 진실

○…삼성 반도체 중국 공장 준공식, 주무 부처는 불참

9일 중국 시안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팹(FAB) 준공식이 열립니다. 일종의 기념행사죠.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을 비롯해 중국 지방 정부, 국내외 협력사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 뜻 깊은 자리에 정작 한국에서는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참석하지 않습니다. 지난 2012년 기공식 당시 산업부의 전신인 지식경제부 차관이 참석했습니다. 산업부는 이번 준공식에도 차관 참석을 검토했으나 불참하는 것으로 정리했습니다. 세월호 사고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대기업 행사 때문에 해외로 나가기는 부담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이번 주 장관이 중요한 국제회의 참석차 자리를 비운 것도 고려했겠죠. 삼성전자로서는 아쉽겠지만 앞서 기공식엔 차관이 참석했고, 지난해에는 박근혜 대통령까지 직접 현장을 찾았으니 그것만으로도 정부에 감사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후발 주자가 필요한 선발 주자의 불편한 진실

국내 첨단 소재 전문업체 A사는 최근 신소재를 적용한 터치스크린패널(TSP)을 개발했습니다. 또 새로운 공정 기술을 도입해 별도의 필름 없이 플라스틱 소재 기판에 바로 터치센터를 구현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유리나 플라스틱 기판 위에 인듐주석산화물(ITO) 필름을 한 장, 혹은 두 장을 적용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고객사는 이 제품을 적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제조 원가를 줄일 수는 있지만 납품 업체가 A사 한 군데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A사는 결국 새로운 공정 기술로 TSP를 만든 뒤 아무런 기능이 없는 필름 한 장을 덧붙여 공급하기로 고객과 합의했습니다. 고객사의 획일적인 협력사 다변화 정책 때문이죠. 단일 부품 업체에 독점 공급권을 주는 것은 분명 위험이 따릅니다. 하지만 창조적인 제품에 한해서는 충분히 시도해 볼 수 있을 텐데요. 구더기 무서워서 장을 못 담가선 곤란하지 않을까요?

○…눈치싸움이 생존의 답이 될까요?

요새 팹리스 업계에서는 눈치 싸움이 한창입니다. 몇몇 업체들이 다른 팹리스가 해온 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내세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후발 주자로서 과연 경쟁력이 있을지, 블루오션이 레드오션이 되지는 않을지,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나는 건 아닐지 등등 여러 걱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선책은 새 먹거리를 찾는 것인데, 그게 말처럼 쉽나요. ‘이거다!’ 싶으면 이미 해외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첫 발을 들이기엔 힘든 게 현실입니다. 다른 국내 업체와 경쟁하는 것이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쉽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궁여지책을 쓰려는 것이지요. 팹리스 사장도 알고 있습니다. 과열 경쟁은 결국 제 살 깎아먹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요. 모였다 하면 한숨부터 내쉬는 팹리스 사장의 고민은 이렇게 깊어져만 갑니다.

○…수십년간 유지해 온 ‘사명(社名)’ 전통이냐 이미지냐 그것이 문제

OO양행, OO상사…소재부품 업계엔 ‘전통적인’ 이름을 갖고 있는 회사들이 더러 있습니다. 굉장히 구식일 것 같은 선입견이 생깁니다. 하지만 웬걸요. 그 중에는 상장하고 꽤 건실한 실적을 쌓아가면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회사도 있습니다. 특히 양행이라는 이름은 과거에는 서양식 사업을 하는 큰 기업을 일컫는 말이었다고 하죠. 예전엔 상사 역시 최고 신식 사업인 무역 회사들이었고요. 겉으로는 촌스러워 보일지라도 이런 회사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창업자의 정신을 이어받으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히스토리를 듣고 다시 회사 이름을 들으면 그렇게 ‘구식’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역시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내실, 그리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닐까요.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