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삼성SDS 상장으로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 가속화

삼성SDS가 갑작스럽게 기업공개(IPO)를 선언, 상장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삼성SDS는 글로벌 ICT서비스 기업 도약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는 후계구도 변화가 본격화됐다는 신호로 받아들인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됐다고 평가됐다. 후계구도 변화와 삼성SDS의 그룹 내 역할도 확대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시됐다.

[이슈분석]삼성SDS 상장으로 경영권 승계와 계열분리 가속화

◇이재용 회장 1조7000억원 확보 가능

글로벌 ICT 기업 도약을 위한 대규모 투자자금 확보가 상장 배경이라는 삼성SDS의 주장은 표면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 중론이다.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현재 보유한 자금으로도 투자가 가능해 상장할 필요가 없다”고 주주들에게 확언했다. 이후 불과 한달반만에 이사회를 통해 갑작스럽게 상장을 결정했다. 삼성SDS가 단순히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장을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이다.

삼성SDS는 지난 몇년간 글로벌ICT서비스 기업 육성을 비전으로 제시, 기업을 인수합병(M&A)하고 글로벌 인력을 채용했다. 이때도 매번 투자 자금은 충분하기 때문에 상장 계획은 없다고 명확히 밝혔다. 현재 대기업 M&A 등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다.

상장이 이뤄지면 주주로 있는 이재용 부회장 등 3남매가 상당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상장 선언 당일날 장외시장 종가인 19만원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주식 11.25%를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은 최소 1조7000억원을 현금화할 수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SDS 주식을 매각하거나 지분 교환 등으로 경영권 승계에 나설 전망이다. 경영권 승계의 핵심 과정인 삼성생명 주식을 이건희 회장으로부터 상속받기 위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삼성생명은 삼성의 핵심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실질적 지배회사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각 6000억원을 확보한다. 이부진, 이서현 두 사장도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계열분리를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계열사 합병 등으로 계열 분리가 시작된 상태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삼성SDS 관계자는 “이번 상장 추진을 경영권 승계와 연관 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SDS, 매출과 역할 확대될 듯

삼성SDS의 매출과 역할 확대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SDS는 지난 2010년 삼성네트웍스에 이어 지난해 삼성SNS도 합병했다. 또 물류·금융 등 분야의 전문 기업을 인수, 흡수통합하거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매출규모도 3년 사이에서 급증해 올해 8조원 달성을 바라보고 있다.

상장으로 삼성SDS 규모가 계속해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추가적으로 그룹 계열사나 사업부문 인수합병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 곳곳에서 제기된다. 자회사인 오픈타이드 합병설이 대표적이다. 오픈타이드는 삼성SDS가 지분 72.63%를 보유한 자회사다. 컨설팅을 주 사업으로 하는 오픈타이드 매출은 2000억원을 넘어선다. 오픈타이드는 매출로서의 의미보다는 과거 이재용 부회장이 주도했던 e삼성의 맥을 잇는 기업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 장기적으로 삼성전자 네트워크 사업부문이 삼성SDS와 통합될 것이라는 설도 나온다.

그룹 내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SDS는 매출의 절반 수준을 삼성전자를 통해 올린다. 지난해 매출액 7조468억원 중 51.2%인 3조6085억원이 삼성전자의 정보시스템 유지관리·구축과 해외법인의 물류IT사업에서 발생했다. 계열사 전체로 확대하면 60%에 육박한다. 지난해 초부터 그룹 보안의 컨트롤타워 역할도 수행한다.

업계 관계자는“삼성SDS는 상장 전까지 계열사 합병 등으로 최대한 몸집을 키울 것”이라며 “결국 회사 몸집이 커지면 이재용 부회장 등 오너 일가 자금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장 전 50만주 매각…이학수 전 고문 주식 추정

상장을 앞두고 최근 삼성SDS의 주식 50만주가 매각된 사실이 알려져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체 발행 주식의 0.64% 해당되는 이 지분은 초기 골드만삭스가 골든브릿지투자증권에, 다시 대우증권을 거쳐 매각이 이뤄지는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쳤다. 당시 주당 가격은 14만2000원선으로 알려져 총 금액은 710억원대에 이른다.

현재 누가 50만주를 매각했는지에 대해 밝혀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대 주주인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와 오너를 비롯해 일가인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은 모두 주식변동이 없다.

이들을 제외하고 대량의 주식을 보유한 소액주주는 이학수 전 고문으로 추정된다. 옛 삼성SNS의 지분 9%를 보유하고 있던 이학수 전 고문은 삼성SDS와의 합병으로 46만주가량을 소유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상장 전에 이학수 전 고문의 주식을 매각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제시되면서 이번 상장 추진을 앞두고 지분 정리의 일환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