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연일 폭락 1000원선 깨지나...수출기업 `비상`

환율 하락세가 쉽게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을 밑돌 수 있다는 전망도 늘고 있다. 우리 수출기업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8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1원 오른 1022.6원으로 마감됐다. 가까스로 최악의 급락은 진정시켰지만 환율 하락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게 일반적 평가다.

문제는 환율 약세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올 연말 평균 환율을 1000∼1020원 수준으로 전망하고 있다. 당분간 1000원선을 밑돌 것이란 예상도 점점 늘고 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원화 가치는 주요 30개국 통화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상승했다”며 “환율이 단기적으로 1000원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일시적 흐름이 아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확대되면서 국내에 달러가 넘쳐나고 있어 원화 강세는 자연스럽다는 분석이다. 지난 1분기 국내 경상수지 흑자는 151억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나 늘었다.

여기에 세계 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은 당분간 추가 양적완화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어서 달러화를 매입할 의사가 많지 않다. 옐런 미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7일(현지시각) “금리 인상에 대한 기계적인 공식이나 시간표는 없다”고 밝힌 것도 달러 약세가 앞으로 이어질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환율 하락은 수출기업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 수출 제품가격 인상 효과로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출 대금으로 받은 달러를 환전했을 때 들어오는 원화도 줄어든다. 국내 대기업들은 올해 환율 평균치를 1040∼1050원을 가정해 연간 사업계획을 세웠다. 전반적 사업 목표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현지생산과 물류체제를 갖추고 부품과 완성품의 거래통화 단일화, 환헤지 등으로 위험을 분산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환율이 올라 수출단가가 상승해도 수입하는 부품가격이 낮아지는 효과가 있어 일정부분 보완은 된다”며 “결제 통화의 다변화 등 다양한 수단을 가동하는 한편, 환율 변동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락 직격탄은 중소기업이 맞는 구조다. 대다수 수출 중소기업은 대기업처럼 환율 하락에 대응할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말 수출 중소기업 101곳을 대상으로 환율변동에 따른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8.4%가 ‘환율하락에도 환리스크 관리를 못한다’고 응답했다. 중소기업이 예상하는 2014년 평균 손익분기점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066.05원, 적정환율은 1120.45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환율 추이는 이미 중소기업의 환율 마지노선마저 깨졌다는 의미다.

정부의 환율시장 개입 가능성 여부도 주목된다. 외환시장 급변에 정부가 손 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있지만 최근의 대외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정부가 세자리 수 환율을 용인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다.

<원달러 환율 추이 (기간 종가 평균) / 자료: 한국은행>


원달러 환율 추이 (기간 종가 평균) / 자료: 한국은행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