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수색 현장에는 ‘원격 수중 탐색장비(ROV)’와 ‘다관절 해저로봇(크랩스터 CR200)’ 등 첨단 장비가 투입됐다.
하지만 이들 장비는 실제 구조작업에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못한 채 철수하고 말았다. 바다 탐사를 목적으로 개발된 이 장비는 구조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결국 긴박한 세월호 구조작업은 장비와 기술이 아닌 사람 힘에 의존하는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했다.
각종 재난에 대비한 변변한 R&D 프로젝트 하나 제대로 진행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에는 ‘해상 구조로봇’이라는 이름의 개발프로젝트가 없다. 일부 화재와 붕괴에 대응하는 소방로봇이나 인명탐사 로봇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안전행정부의 ‘제2차 재난 및 안전관리 기술개발종합계획’에는 해양선박 사고에 대비한 항목이 없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수립한 ‘재난·재해 R&D 중점 투자전략’ 37개 분야에서도 제외되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산업부가 추진 중인 1215억원 규모 ‘국민안전로봇프로젝트(2015~2020년)’가 예비타당성 조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 사업에서도 해상 재난 인명구조 로봇기술 개발은 빠져 있다.
지난해 재난·재해 관련 R&D 총예산 비중은 국가전체 R&D 예산(약 17조원) 대비 1.26% 수준에 불과했다.
한 전문가는 “성과 위주 사회에서 언제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모를 재난 관련 연구가 체계적으로 진행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소홀한 재난관련 R&D는 재난안전기술의 낙후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재난·재해·안전 분야 기술은 미국에 비해 6.3년 뒤처진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의 ‘재난·안전 R&D 미래 발전전략 조사·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재난안전 기술력을 100%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의 수준은 2010년 59.4%, 2012년에는 72.0% 정도다. 2012년 미국 기술력 대비 중국의 기술수준은 62.8%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추격그룹에, 일본(93.4%)과 EU(90.2%)는 선도그룹에 속한다.
우리나라의 재난 기술 가운데 ‘사회적 복합재난 예측·대응기술’과 ‘재난현장 소방·구조장비 개발기술’이 미국 수준대비 각각 66.7%, 68.9%로 가장 낮았다.
세월호 사고 대응능력과 관련 있는 재난현장 구조 기술력은 중국(65.2%)과 비슷한 수준이다.
보고서는 “재난안전 분야 기술개발 활성화를 위해 산업체와 네트워크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며 “미래 유망 시장으로 재난·재해 안전사고 기술 분야에 산업계가 참여할 수 있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