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와 수입차 대결이 격화되면서 내수 시장 자체가 커지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더 좋은 신차를 더 싸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자 자동차 구입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이 지갑을 연 것으로 분석된다.
11일 국산차 및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4월 국내에서 팔린 승용차(승용차 및 RV 기준, 상용차 제외)는 12만4554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12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가 역대 최고 수준인 4만9121대를 판매하고, 수입차 역시 사상 최대인 1만6712대를 판매하면서 내수시장 성장을 이끌었다.
2012년 이후 내수 승용차 판매량이 올 4월보다 많았던 적은 개별소비세 인하 이슈로 판매량이 반짝 급증했던 2012년 12월(12만5624대) 한 번밖에 없다. 특별한 세제 혜택 없이도 역대 최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월간 내수 승용차 판매량은 지난해 12월 11만3700여대에서 올 2월 10만2500여대까지 떨어진 뒤 3월부터 점차 늘어나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내수 시장을 둘러싼 국산차와 수입차 간 ‘혈투’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인 입맛에 맞는 다양한 신차가 앞 다퉈 출시되고 가격 인하 경쟁까지 펼쳐지면서 더욱 많은 소비자를 자동차 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가 2012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4만9000대 고지를 밟은 데에는 수입차 공세에 따른 내수시장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해 긴급 투입한 신차 효과가 가장 큰 역할을 했다. 4월 본격적으로 판매가 시작된 신형 쏘나타는 1만5392대로 전년대비 76.3% 성장했다. 신형 제네시스 역시 지난달 2966대로 156%나 늘었다.
수입차 업계는 신차 출시와 함께 가격 인하로 맞불을 놓고 있다. 무려 1000만원 넘게 할인해주는 크라이슬러 300C가 대표적이다. 크라이슬러는 대형 세단 300C 3.6 가솔린 및 AWD 모델을 1060만~1120만원 인하해주는 행사를 4월 초 개최했다가 1주일만에 조기 마감되자 행사를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푸조는 대표 해치백 모델 308 스포티움을 290만원 인하해 판매하기로 했고, 메르세데스-벤츠도 최근 신형 E클래스를 내놓으면서 7월 발효되는 한-EU FTA 관세 인하분을 선적용하기로 하는 등 수입차 업계의 공격적 가격 정책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지난 3월 64.8%까지 떨어졌던 현대·기아차 내수시장 점유율(승용차 기준)은 4월 신차 판매 효과에 힘입어 66.3%로 회복됐다. 수입차는 13.4%로 판매량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으나 점유율은 3월보다 소폭 하락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