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당면한 여러 현안 과제 중 가장 시급한 과제는 부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동반성장 기반을 확충하고, 고령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사회복지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특히 사회복지 체계 구축에는 천문학적인 공적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 국민은 이러한 재정을 누가 부담할 것이냐에 대해서는 이해관계가 달라 합의가 쉽지 않다.
이러한 난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생산적 복지란 개념이 도입됐다. 생산적 복지는 일할 의욕과 역량을 가진 국민 모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 생산적 복지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령층의 일자리 창출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생산적 복지 개념을 공적개발원조 사업에 적용해 고경력 퇴직 과학기술자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과거 어려운 시기에 선진국으로부터 받았던 도움에 대한 보답 그리고 우리가 이룬 산업화 경험을 개발도상국에 전수하기 위해 여러 공적개발원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공적개발원조는 정부를 포함하는 공공부문 또는 그 실시기관에 의해 경제개발 및 복지증진에 기여할 목적으로 개발도상국, 국제기구 또는 개발NGO에 공여한다. 대외협력기금(EDCF)은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운영을 담당한다. 주로 개발도상국가 산업개발 및 경제안정을 지원하고, 우리나라와 이들 국가와의 경제교류를 증진하는 등 대외경제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장기저리 개발차관을 집행한다.
정부 무상원조 전담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1991년에 창립돼 기술협력, 인적교류 사업을 통합 관리한다. 수혜국가 및 국제기구는 각 112개국 및 25개 기구, 지역별로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가 높다. 분야별로는 교육, 공공행정, 보건의료, 산업에너지, 농림수산 순으로 사업을 많이 수행하고 있다.
KOICA 주요 지원 사업은 프로젝트, 해외봉사단, 연수생 초청이다. 이외에 긴급구호, 개발조사, 물자지원, 민관협력 국제기구협력사업 등이 있다. 한국해외봉사단은 60여 개발도상국에 7800여명이 파견돼 활동해 왔으며, 2009~2013년까지 연간 봉사단원 1000명을 교육 보건의료, 정보통신, 행정제도, 농어촌 개발, 산업에너지, 환경 분야 등 50여개 다양한 직종을 파견하고 있다. 2010년부터 시작한 중장기자문단 파견 사업은 국내 우수 퇴직자를 활용해 6개월에서 1년간 개발도상국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에 보내 교육, 농림수산, 보건, 공공행정, 산업에너지 등 실질적인 분야에서 정책자문 및 기술전수 역할을 수행한다. 필자도 KOICA에서 추진하는 아프리카 르완다 농촌 종합개발 사업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개월씩 2회 르완다를 방문했고, 올해도 지난달 중순에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외협력기금으로 추진하는 캄보디아 농촌 종합개발 사업의 타당성 조사를 위해 1차로 출장을 다녀왔다.
한편 2000년도 유엔총회에서는 빈곤타파와 새로운 국제협력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천년 개발목표에 의해 모든 정부가 국민총소득 대비 ODA 규모를 0.7%로 합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공적개발원조 규모가 2011년에는 13억3000만달러로 2010년 이후 국민총소득 대비 0.12%를 유지하고 있으며, OECD 회원국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나라는 경제규모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적개발원조 재원을 국민총소득 대비 0.7%까지 확충해야 한다. 이렇게 확대된 재원으로 집행될 각종 사업에 고경력 과학기술자들이 참여해 개발도상국 경제, 사회발전 및 빈곤퇴치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부가 추진하는 생산적 복지제도의 성공한 본보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변종영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ReSEAT 프로그램 전문연구위원 jypyon@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