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단백질로 정서 장애를 치료한다

조울증 같은 정서 장애나 초기 파킨슨병을 앓는 환자들은 도파민 조절 물질을 처방받는다. 도파민은 정서·운동·인지·보상·동기부여 등 뇌 기능을 관장하는 중요 신경전달 물질로 티로신 수산화효소(TH)가 합성을 조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도파민 활성에 이상이 생기면 정서·중독 장애는 물론이고 파킨슨병과 하지불안증후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문제는 이미 합성된 도파민을 조절하는 치료법에 한계와 부작용이 있다는 점이다. 도파민 조절제의 효능이 충분히 나타나는 사례는 전체 환자의 3분의 1 정도에 그치는데다 복용 후 일주일에서 열흘쯤 지나야 효과를 볼 수 있다. 장기 복용하면 내성이 생겨 이조차 담보할 수 없다. 조증 환자는 도파민을 인위적으로 억제하는데 이 과정에서 무기력증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한다.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셀(Cell)’ 온라인판 8일자에 실린 김경진 서울대 뇌신경과학과 교수와 손기훈 고려대 의과대학 교수 공동연구팀의 연구는 정서·중독 장애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하루를 주기로 나타나는 정서 변화를 조절하는 핵심 단백질을 규명했기 때문이다.

연구팀이 발견한 건 생체시계와 도파민 신경회로의 분자생물학적 연결고리다. 연구에 따르면 REV-ERBα라는 단백질이 분자 생체시계에서 TH 유전자 발현과 도파민 활성을 일주기적으로 조절한다. 해당 단백질은 도파민 합성을 억제하는 역할을, 또 다른 단백질인 NURR1은 도파민 합성을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돌연변이 생쥐와 약리모델 연구결과 중뇌 REV-ERBα 단백질의 기능 이상이 도파민 활성 이상과 조울증·불안장애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이 입증됐다.

실용화까지는 후속연구를 통해 시간이 걸리겠지만 정서장애 치료에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미 만들어진 도파민을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합성 자체를 제어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해당 단백질을 제어하는 기술과 유전자 치료 기법에 대한 후속 연구가 과제다. 연구 성과에 따라 일주기 분자 생체시계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서 조절의 일주기적 특성, 도파민 의존성 질환에서 일주기 리듬의 중요성이 오래 전부터 인식되어 온 만큼 생체시계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법 연구는 계속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연구팀은 “수면장애나 대사질환에 대한 생체시계 조절 화합물의 효능 평가는 GSK 등 글로벌 제약회사들에 의해 시작됐다”며 “세계적으로 새롭게 창출되는 분야이면서 경쟁이 치열해 집중적인 후속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