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산업의 수직계열화 전략 평가는 엇갈린다. 비효율적 덩치 불리기라는 평가와 최적의 원가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시선이 동시에 존재한다. 기업 선택도 극과 극으로 나뉜다. 한화는 한화큐셀·한화솔라원 인수, 폴리실리콘 제조업 진출로 수직계열화를 달성했다. 반면에 삼성과 LG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포기해 태양전지·모듈 등 일부 사업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우현 OCI 사장은 수직계열화를 두고 ‘가장 위험한 전략’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지난 몇년새 이들 기업 선택 결과도 크게 엇갈렸다. 공급 과잉으로 외형 확장에 주력한 기업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수직계열화는 실패한 전략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최근 시황개선으로 수직계열화 달성 기업의 실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상황은 또다시 달라지고 있다.
◇수직계열화 기업, 실적 회복도 빨랐다
수직계열화는 태양전지 원료인 폴리실리콘부터 잉곳·웨이퍼-태양전지·모듈-다운스트림(발전 사업 개발·시공)으로 이어지는 밸류 체인을 모두 갖추는 것을 말한다. 국내에서 수직계열화를 달성한 대표 기업은 한화다. 한화는 지난 수년간 이어진 태양광 제품 공급 과잉으로 태양광 사업 전 부문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태양광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은 다른 기업보다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금융권은 올해 1분기 한화 태양광 사업이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투자증권은 92억원 흑자 전환을 전망했고 신한금융투자 150억원, 교보증권 100억원, 대우증권도 10억원의 영업이익을 예상했다. 한화가 태양광 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2분기가 마지막이다. 한화 태양광 사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평균 -6%에서 올해 1분기 4%까지 상승했다. 영업이익률 상승은 수직계열화 구조 안착으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한화솔라원은 모듈 생산원가를 2011년 W당 1.43달러에서 지난해 말 0.59달러까지 낮췄다. 올해 말 0.5달러대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직계열화 범위를 시스템 사업으로 확대해 자사 제품 공급도 늘리고 있다. 이는 곧 영업이익률 상승으로 이어져 실적 개선이 가능했다. 태양광 특정 사업부문에 진출한 국내 기업 실적 개선이 아직 미진한 것을 감안하면 수직계열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한 한화의 전략은 뒤늦게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업황이 회복됨에 따라 특히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수직계열화 기업의 실적이 가장 먼저 반등했다.
선파워는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3분기에는 1억15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은 17%를 넘어섰다.
폴리실리콘을 제외한 태양광 전 분야에 진출한 트리나솔라도 지난해 3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4분기에는 1억4100만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렸고 영업이익률은 26%를 돌파했다. 캐나디언 솔라는 지난해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지난해 3, 4분기 영업이익률은 각각 11%, 8.7%에 달한다. 지난해 4분기 모듈 제조원가도 W당 0.53달러까지 낮췄다.
수직계열화 달성률이 높은 기업의 경쟁력은 주가 동향에서도 잘 드러난다.
뉴욕증권거래소 글로벌 솔라 인덱스에 포함된 101개 태양광 기업 가운데 지난해 수익률 상위 회사는 수직계열화율이 높은 기업이다. 캐나디언 솔라 827%, 선파워 450%, 진코솔라 421% 등 대다수 수직계열화 전략을 구사한 기업의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단품 제조기업 상승률이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수직계열화 기업이 최근 태양광 시장에서 주목받는 이유는 제품 가격 반등에 따른 수혜를 가장 먼저 받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업황 민감도가 높아 2011, 2012년 제품 가격 하락에 따른 적자폭이 전문화된 기업대비 컸다. 반대로 최근 들어 수요 증가에 따른 이익은 가장 먼저 받고 있다.
강정화 한국수출입은행 연구원은 “수직계열화 기업이 생산원가 측면에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고 제품 수급이 안정적으로 이뤄진다”며 “지난해 세계 주식 시장에서 수직계열화 기업의 실적 개선이 먼저 이뤄지면서 투자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재조명 받는 수직계열화 전략
태양광 분야에서 수직계열화 전략은 얼마 전까지 실패전략으로 인식됐다. 중국업체가 득세하는 잉곳-웨이퍼-셀-모듈분야 진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옳은 선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태양광 사업에 나선 대다수 기업의 선택도 다르지 않았다. 태양광 사업을 선도적으로 추진했던 삼성은 잉곳-웨이퍼-셀-모듈 사업 분야에서 사실상 철수하고 구리·인산·갈륨·셀레늄(CIGS)박막 태양전지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정밀화학은 MEMC와 합작으로 울산에 연 1만톤 규모 폴리실리콘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지만 지분을 대거 축소했다. LG도 LG화학이 폴리실리콘 사업 진출을 유보했고 잉곳·웨이퍼 사업을 축소하면서 사실상 수직계열화 노선을 포기했다. 현대중공업은 KCC와 협력으로 폴리실리콘(KAM)-잉곳·웨이퍼(KCC)-태양전지·모듈·시스템(현대중공업)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달성했지만 현재 전지·모듈 사업만 진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전략을 수정한 것은 공급과잉으로 인한 불황으로 원재료 및 가격 경쟁력 확보에 유리한 수직계열화의 장점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선택은 옳은 것으로 판명되는 듯 했다. 같은 기간 수직계열화에 주력한 한화는 지난해 태양광부문에서 손실 104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과 LG의 태양광 사업 부문 손실은 3분의 1수준이었던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태양광 시장이 정상화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수직계열화 달성 기업으로 실적 개선이 빠르게 이뤄졌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업계 구조조정으로 한화, 캐나디언 솔라, 트리나솔라 등 수직계열화를 달성했거나 수직계열화 달성률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시장은 재편되기 시작했다.
수직계열화 기업이 태양광 분야 선도 기업으로 자리잡은 것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 태양광 발전원가는 150달러/㎿h로 여전히 비싼 발전원 중 하나다. 하지만 발전단가 하락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12년 300달러/㎿h였던 태양광 발전단가가 2년도 지나지 않아 절반으로 하락했고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 대량 생산과 기술발전으로 인해 태양광 발전단가는 5년 안에 석탄 발전단가와 비슷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수직계열화를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가격 하락 압박을 버틸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맥킨지가 발행한 ‘태양광 동트기 전 어두움’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제조 분야는 산업이 성숙할수록 제조기업은 경쟁 업체와 차별화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수직계열화가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