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전자파(EMI) 차폐 필름 시장에 가격과 기술 경쟁력을 내세운 국내 업체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본격적인 국산화를 예고했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는 일본 제품과 경쟁해 수주에 성공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벌써 나오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잉크테크·한화L&C·창성·이녹스 등 최근 EMI 차폐필름 개발에 성공한 국내 전자소재 업체들이 선두인 일본 업체 추격에 나섰다. 현재 전 세계 EMI 차폐 필름 시장은 일본 다츠다가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가운데 절반 정도도 역시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일본 독점 시장이다.
EMI 차폐 필름은 스마트폰·태블릿PC·노트북PC 등에 사용되는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의 회로 간섭을 막기 위한 소재다. 전자파로 발생되는 화면 노이즈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최근 스마트폰·태블릿PC 등의 시장에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다 동영상을 구동하는 디바이스가 다양화되면서 지속적으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필름 타입의 EMI 차폐 시장 규모는 전 세계 6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업체들은 2~3년 전부터 관련 기술을 확보해 제품 개발에 나섰다. 최근 국내 업체로는 처음 잉크테크가 국내 대기업의 양산 승인을 획득해 본격적인 제품 공급을 앞두고 있다. 이 회사는 롤투롤(Roll-to-Roll) 공정을 통한 높은 생산성, 할로겐 프리(Halogen-free) 소재 사용, 낮은 저항 변화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창성, 한화L&C, 이녹스도 양산을 목표로 현재 삼성디스플레이·LG전자로부터 제품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업체는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세트 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EMI 차폐 필름 국산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며 “이미 EMI 흡수제는 창성, 이녹스 등 국내 제품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업체는 국내 보다 중국 시장에서 더 이른 성과를 내고 있다. 일본 제품과 동등한 품질 수준을 갖추면서도 가격은 30~40% 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녹스는 최근 중국 고객 확대와 국내 고객사 확보로 아산 공장의 EMI 차폐 필름 생산 능력을 늘릴 계획이다. 잉크테크도 지난해 처음 중국 시장에 진출했으며, 올해 고객사 두세 곳을 추가로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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