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 표준은 정보통신이 대상이기 때문에 화폐나 도량형 같은 전통적 산업의 표준과는 특성이 다르다. 산업표준이 ‘사용 편리성’을 위한 것이라면 정보통신 표준은 시스템이나 단말기의 통신, 특히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는 ‘상호 운용성’이 목적이다. 정보의 생산과 이용이 효율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 정보통신 표준은 매우 중요하다.
미래창조과학부 주최,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와 전자신문 주관으로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ICT포럼코리아 2014’는 국내외 정보통신 표준을 주도하는 주요 포럼의 연구 성과와 표준화 활동을 논의하는 자리다.
32개 ICT 표준화 포럼, 1500여 회원사는 시장에 필요한 표준을 적기에 개발해 산업체에 보급해왔다. 정부와 TTA는 중소기업의 우수한 기술을 국제 표준화해 해외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0년부터 여러 분야에서 ICT 표준화 포럼을 운영해왔다.
ICT포럼코리아 2014는 14일까지 양일간 열린다. 행사 첫날에는 오상진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기술과장과 천백민 스트라타시스코리아 이사의 기조연설에 이어 지난해 주목받는 활동을 펼친 포럼에 대한 시상식이 진행됐다. 오후에는 3개 트랙, 6개 세션에 걸쳐 각 기술 분야별 기술 표준 트렌드와 전망에 대한 강연이 이어졌다.
임차식 TTA 회장은 개회사에서 “ICT 표준화 포럼은 국내 산업체의 우수 기술과 서비스를 글로벌 포럼과 컨소시엄에 제안해 시장 창출과 산업 활성화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며 “산·학·연 전문가 간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신규 표준 발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천백민 스트라타시스코리아 이사
3D 프린팅은 제조업에 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받는 기술이다. 천백민 스트라타시스코리아 이사는 기조연설에서 내연기관이 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면 3차 산업혁명의 주인공은 바로 3D 프린팅이라고 강조했다. 3D 프린팅은 ICT와 제조 분야의 핵심 화두로 산업 발전을 위한 표준화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3D 프린팅 시장은 세계적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간다. 2021년에는 2012년 대비 490% 성장한 10조8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장비의 경우 가격이 계속 하락하면서 시장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서비스는 분야는 프린팅 서비스뿐만 아니라 컨설팅, 교육, 광고 등으로 범위를 넓히고 있다. 소재는 2012년에 이미 4000억원 이상 시장을 형성했다.
주요 국가들도 3D 프린팅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한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3D프린팅 분야에 10억달러(약 1조23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재작년엔 3D프린팅 특화 연구기관인 ‘NAMII’도 설립했다.
중국은 3D 프린팅 기술산업연맹을 설립하고 대학과 기업을 연계한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유럽은 GDP 중 제조업 비중을 늘리는 중요 방안으로 3D프린팅을 선정하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일본은 2020년까지 교육 분야에 장비구입을 위한 재원으로 23조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천 이사는 “3D 프린팅 기술은 나날이 발전해 제조, 국방, 항공 등 여러 분야에서 효과적이고 민첩한 제품 생산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아직 표준화가 논의되지는 않고 있지만 산업 발전과 국내 기업의 해외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해 표준화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상진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기술과장
올해 정부의 ICT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총 1조1764억원으로 표준화 분야에는 전년 대비 6.9% 늘어난 278억원이 쓰인다. 정부는 기술개발과 특허, 표준 연계를 통해 R&D 성과를 선제적으로 표준화하고 수용자 맞춤형 표준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오상진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기술과장은 두 번째 기조연설에서 올해 정부 표준화 정책의 핵심은 ‘중소기업 맞춤 표준지원 강화’라고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와 기관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표준화 영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부는 올해 중소기업 수요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중소기업의 표준화 전문성을 강화하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표준화 사이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멘토-멘티 컨설팅 제도도 도입한다. 국제표준 선도가 가능한 분야와 표준특허 확보 분야를 지원할 계획이다. 사물인터넷과 무선전력전송, UHD TV, 차세대무선랜(HEW) 등이 우리 기업이 표준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되는 분야다.
오 과장은 “산업에서 인정받는 기술과 표준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시장이 생각하고 요구하는 표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적합성과 이용자 요구에 맞춘 실효성 있는 표준 개발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이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오 과장은 “최근 산업부 중심 산업표준(KIS)과 미래부 중심 방송통신표준(KCS)을 국가표준(KS) 체계로 통합한 것은 우리나라 표준이 한 단계 발전하는 구조적인 변화”라며 “ICT 표준화 전략포럼 등 사설 표준화 단체의 활동 지원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3D프린팅 시장 규모(단위:억달러)
자료:스트라타시스코리아
국가별 ICT 표준화 정책
자료:미래부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