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 가전사의 무덤 일본 시장, LG전자의 노력 `성과가 보인다`

‘가전의 갈라파고스’ 일본 시장에 LG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다. 일본 현지 업체들의 높은 점유율 때문에 상황은 녹록지 않지만, 일본 현지 시장에 특화된 모델들을 내놓으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전략이다. TV·모니터 등 영상가전부터 세탁기·청소기 등 생활가전, 스마트폰까지 선보이며 종합가전사에 걸맞는 제품 라인업도 갖췄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시장에서 LG전자 로봇청소기 ‘홈 로봇 스퀘어’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재팬에서 5점 만점 중 평점 4.9점으로 전체 로봇청소기 중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업체 제품으로는 유일하며, 언론보도와 개인 블로그를 통한 사용 후기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각진 형태의 일본 건축 특성에 걸맞은 최초의 사각형 모델이자 도서관(40㏈) 정도의 작은 소음(48㏈)으로 타인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성향의 일본인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다.

‘TV’도 주요 무기다. LG전자는 지난달 일본 시장에 스마트TV 7개 모델을 출시했다. 풀HD급의 LED TV로 47·42·32인치 각 2개, 28인치 1개 모델이다. 스마트TV 본연의 기능을 살리면서 가격은 47인치 기준 11만엔(110만원) 대로 소비자 부담도 낮췄다. 지난해 10월에는 일본 최초로 차세대 HEVC 코덱을 지원하는 55·65인치 4K UHD TV를 내놓으며 UHD로 재편되는 프리미엄 제품군에도 신경을 썼다. LG전자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다양한 모델의 TV와 모니터를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시장은 해외 전자회사의 무덤으로 불릴 만큼 냉혹하다. 냉장고는 각 칸마다 문이 달려있는 6도어 이상이 주류고, TV는 BS·CS(방송위성·통신위성) 튜너를 내장한 제품들이 나오는 등 자국 업체에 유리한 특수한 시장 환경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전자 업계에서 일본 시장은 난공불락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샤프·도시바·소니·파나소닉·미쓰비시 등 일본 5대 메이커의 일본 TV시장 점유율은 95%였고 그 뒤를 LG전자가 2% 점유율로 쫓았다. 국외 제조사로서는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2007년 일본 TV 시장에서 철수한 뒤 스마트폰만 판매하고 있다.

2010년 일본 TV 시장에 재진출한 LG전자는 매년 신제품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프리미엄 시장이기 때문이다. 사운드바, 블루레이 플레이어 등 영상·음향가전, 세탁기, 스마트폰 등 지속적으로 내놓고 있다. 주력 모델인 G 시리즈뿐만 아니라 7월에는 일본 전략모델 isai 시리즈 최신 버전 L24도 선보인다.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VC(자동차 부품) 사업 등 B2B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일본 시장이 쉽지 않지만, 지속적인 신제품 출시와 홍보로 높은 구매력을 가진 일본 소비자들에게 LG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지화를 통해 일본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