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가 인류 문명의 시초가 된 것처럼, 그림이 예술과 역사적 가치를 동시에 가지는 것처럼, 디지털 시대에 카메라는 본인의 삶을 기록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이 발현되는 대표적인 기기다.
최근에 불고 있는 셀프 촬영(Self-Shooting) 특화 카메라의 인기 역시 인간의 열망을 만족시킨 좋은 예다. 스스로 손쉽게 일상을 찍고 편집할 수 있는 카메라는 자신이 주인공이 되고 싶어하는 인간의 열망을 충족시켜줬고 여기에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결합되며 ‘자기 중심(Self-oriented)’의 카메라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가 된 것이다.
인간의 열망을 만족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카메라는 최근 한 단계 진화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중심 선 것이 ‘미러리스 카메라(mirrorless interchangeable lens camera)’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기존의 디지털 일안반사식(DSLR) 카메라에서 내부의 반사 거울을 없애 크기와 무게를 줄인 혁신적인 제품이다. DSLR와 동등한 화질 구현 능력과 콤팩트 카메라의 휴대성, 합리적인 가격까지 모두 갖춘 미러리스 카메라는 보다 쉽고 간편한 카메라를 향한 열망을 만족시키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DSLR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풀프레임 제품군에서도 미러리스 카메라가 등장하며 좋은 카메라는 크고 무겁다는 편견을 깨고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꾸고 있다.
미러리스 카메라는 향후 방송 영상 등 전문 촬영 분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DSLR가 기존 영상 장비보다 쉬운 조작성과 이동성을 이유로 연예·버라이어티 등 다양한 방송 촬영에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 방송 영상 분야에서 각광받고 있는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미러리스 카메라도 등장한 상황에서 그 활약은 더욱 기대된다.
또 자신의 모습을 아름답게 남기고 싶다는 열망은 화질과 무게에만 그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카메라도 자신이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는 법이다. 자신이 촬영하고 싶은 순간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모습으로 찍을 수 있는 활용도 높은 카메라 역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수심 10m 방수, 영하 10도 방한 기능 등으로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촬영이 가능한 전천후 아웃도어 카메라는 기술의 발달로 그 성능을 더욱 강화하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또 근거리무선통신(NFC), 와이파이 기능이 최근 출시되는 대부분 카메라에 속속 탑재되고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과 연결해 촬영하는 신개념 렌즈 스타일 카메라는 초소형 외관으로 높은 휴대성을 자랑하면서 프리미엄 성능의 다양한 구도 촬영까지 가능해 새로운 형식으로 진화한 카메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 모든 것이 자신의 모습을 보다 생생하고 손쉽게 남기고 싶다는 열망이 만들어 낸 결과다.
카메라 시장이 정체기라고 한다. 스마트폰 등 카메라 대체 IT기기의 보급률이 높아짐에 따라 콤팩트 카메라를 중심으로 시장이 축소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삶을 기록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열망을 충족시켜 살아남는 카메라와 도태되는 카메라로 나뉠 것이다. 개인화, 고급화, 다양화 등의 노력으로 끝없이 진화하며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스스로의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사라질 것인가. 중요한 갈림길에서 선 카메라 기업들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인식 소니코리아 컨슈머프로덕트부문 사장 inshiklee@son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