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생태계 전반을 들여다보면 창업 초기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기업의 성패가 좌우되는데 우리는 벤처캐피털이 외면하는 사각지대가 돼버렸습니다. 그 첫 단추를 꿰는 역할을 우리가 해나갈 것입니다.”
조남훈 한국과학기술지주(KST) 대표가 14일 기관 출범 6개월을 앞두고 향후 3년간 미션으로 내놓은 과제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개발한 기술이 대상이다.
“창업 초기 엔젤투자나 정부 자금은 1회성으로 1억~2억원가량 투입하는 게 전부입니다. 벤처들이 초기 단계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이유입니다. 벤처캐피털(VC)은 일정부분 매출도 있어야 규모의 투자를 진행합니다. 그 틈새를 우리가 메워 최소한의 성과를 끌어내도록 할 것입니다.”
한국과학기술지주는 17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 출자한 말 그대로 출연연 기술에 투자하는 기술지주회사다. 지난해 이들이 53억원을 출자했다. 올해는 상반기 261억원, 내년엔 215억원을 받아 목표로 하는 530억원을 채울 계획이다.
조 대표는 “오는 6월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라며 “기계와 바이오, 화학, 소재, IT융·복합 분야 9개 전후 기업에 100억원 정도 투입할 계획을 잡아놨다”고 말했다.
KST는 현재까지 30개 기업과 접촉했다. 그 가운데 20개 기업을 선별, 투자리스트에 올려놓고 최종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투자액은 일단 기업당 10억원 전후로 잡았다.
투자 대상에 중복 우려가 있던 ETRI홀딩스는 IT를 맡고, KST는 IT융·복합 분야에 투자하기로 영역도 정리했다.
“기업은 사람과 같습니다. 사람에게 밥만 준다고 되는 게 아니듯, 기업에 자금과 마케팅을 지원하고 다양한 경영 컨설팅도 해야 합니다. 담당직원을 투자기업에 보내 1개월 정도 함께 지내며 현장에서 직접 컨설팅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조 대표는 “연구원 창업은 돈만 대준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존 벤처캐피털이 못하는 걸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차별화된 투자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기존 중견기업을 대기업으로 끌어올리는 방안도 제시했다. 중견기업에 출연연의 원천기술을 성장 아이템으로 연결시켜 주는 역할도, 초기기업에 대한 투자확대와 함께 병행하겠다는 것이다.
“기술사업화에 있어 출연연 상호간 출연연과 기업, 또는 투자자와 게이트웨이 역할을 할 것입니다. 3년이면 어느 정도 질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합니다.”
조 대표는 절적 성장과 관련해 기업공개(IPO) 시장까지는 10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인수합병(M&A)으로 1차 성공모델을 만드는 전략을 구사할 계획이다. M&A가 기존 기술창업의 실패를 극복할 대안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스라엘이나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우리만의 고유한 벤처 생태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KST융합포럼’을 만들어 자연스레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습니다. 지금이 출연연을 기반으로 한국형 벤처 생태계를 완성할 좋은 기회라고 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