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롭 스틸 ISO 사무총장

“표준은 절대 중립적이지 않습니다. 표준화 작업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경쟁자들에게 의사결정권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세계 최대 표준화 국제기구인 ISO의 롭 스틸 사무총장은 표준화에는 참여자(이해관계자)들의 혁신이 반영되기 때문에 절대 중립적일 수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표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혁신기술 주도권을 포기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사람]롭 스틸 ISO 사무총장

이어 “기업에 표준화 작업 참여를 강조하는 것은 엔지니어링 측면 뿐만 아니라 사업 전략상으로 매우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틸 사무총장은 내년에 한국에서 개최되는 ‘2015년 ISO 서울총회’에서 다뤄질 주요 주제와 개최국인 한국의 준비상황 등을 협의하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 2009년부터 ISO 사무총장에 재임 중인 그는 “(세 번째 방문인데) 한국은 방문할 때마다 에너지를 느낀다”며 “한국이 패스트 팔로워에서 퍼스트 무버가 되어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내년 개최되는 서울총회와 관련해 그는 “내년에는 한국이 주도하는 혁신 분야인 최신 전자, 스마트시티, 자동차와 다양한 디바이스 간 호환성 등 한국 기업이 관심을 가진 표준 분야를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 기업이 ISO 고위 관계자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혁신이나 기술을 선보여 해당 분야 혁신을 이끄는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틸 사무총장은 “10년 전 250개에 불과하던 양자 혹은 다자간 무역협정이 10년 만에 354개가 발효됐고 WTO에 신고된 것만 546개”라며 “각종 무역협정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국제표준은 국가 간 다양한 거래비용을 절감시켜 주는 가장 큰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가장 큰 경쟁상대인 중국이 이런 점을 인식, 국제표준화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0년 간 중국의 ISO 기술위원회 간사 수가 2배 정도 늘었고, 차기 ISO 회장도 중국에서 배출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와 기업의 국제표준 영향력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내수 시장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한 최고 수단으로 국제표준을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했다.

이어 “벤츠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도 기술개발 초기단계부터 국제표준 반영을 위해 노력하고, 표준담당 임원이 벤츠 내 서열 2, 3위”라며 “표준이 곧 해당 시장 주도권과 직결되기 때문”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견실한 표준이나 적합성 기준이 국가 GDP의 1%를 좌우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며 “한국도 산업별 기관이나 정부차원의 더 많은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