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구미서 휴브글로벌의 20톤짜리 탱크로리서 불산가스가 누출돼 인근 주민들이 대피하는 등 난리가 났다. 지난해 1월엔 삼성 화성사업장서 불산이 누출됐고, 3월엔 구미케미칼 고장 건물 지하 1층에 있는 16톤 규모의 연료탱크서 1층 작업장으로 염소가스를 옮기는 과정에서 송풍기가 고장 나 가스가 누출됐다. 5월엔 당진 현대제철서 아르곤가스 질식사가 발생했다. 모두 화학물질과 관련한 사고들이다. 화학안전사고는 매년 20여건 이상 발생한다. 일단 발생하면 광범위한 피해를 입기 때문에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는 것이 화학물질이다.

세월호 사고 영향으로 안전에 대한 대국민 경각심이 높아진 가운데 정부출연연구기관 14곳이 힘을 모아 화학물질 사고 예방·감시·대응기술 개발 및 방재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예산은 내년 말까지 모두 245억원을 투입한다. 예방, 대응 및 센싱 모니터링 대상 물질은 모두 10종이다. 누출사고가 빈번해 골치를 썩혀온 불화수소와 염화수소, 암모니아,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포르말린 등이 포함돼 있다.
또 유해화학물질 800여 종을 대상으로 DB구축과 안전문화 확산, 안전운송기술을 개발한다.
과제 총괄은 화학연구원이 맡아 총 70억 3000만원을 부담한다. 참여기관은 원자력연구원(61억원), KIST(22억8000만원), 항공우주연구원(15억3000만원), 기계연구원(15억원), 표준과학연구원(13억5000만원), 기초과학지원연구원(11억1000만원), ETRI(9억원), 건설기술연구원(8억원), 철도연구원(6억원), 안전성평가연구소(5억원), 국가보안기술연구소(3억원), 생산기술연구원(3억원), 지질자원연구원(2억원) 등이다.
중과제는 모두 4개로 구성했다. 제1 중과제는 화학사고 예방 부문으로 설비를 감시할 통합 모니터링 기술과 건전성 감시용 센싱소재 기술을 개발한다. 또 안전공정으로 화학사고 공정 대체기술과 안전문화 연구 차원에서 연구실 안전 환경 조성을 위한 전주기적 관리시스템(C&SHE)을 개발할 계획이다.
제2 중과제는 화학사고 대응기술로 짜여 있다. 실무대응 매뉴얼 개발과 위해성 평가 관리기법, 피해지도 작성법, 보안 메커니즘 개발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제3 중과제는 센싱 및 모니터링 기술과 통합관제시스템 개발이 핵심이다. 제4 중과제는 안전운송통합관리기술 개발과 도로안전운송기술, 철도안전운송 기술을 주로 개발한다.
그동안 화학물질 사고는 취급기관의 안전의식도 부족했지만, 사전 감시스템 및 관리제도도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또 화학사고가 발생하면 기존 사고대응 매뉴얼은 간략한 정보만을 제공하기 때문에 초동 대응이 어렵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화학물질사고의 50% 이상은 운송 단계서 발생하는데도 유해화학물질 탐재차량 관리가 부실하다.
우리나라 화학물질 사고 관련분야 기술수준은 선진국 대비 62%, 기술격차는 10년 정도 차이가 난다.
이 과제를 책임지고 있는 진항교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안전연구평가센터장은 “한꺼번에 다할 수 없지만 차분히 급한 것부터 하나하나 체계적으로 풀어가야 할 것”이라며 “오는 2022년까지 기술수준을 선진국 대비 90%까지 따라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재현 화학연 원장은 “화학물질 사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키고 지속가능한 화학산업 발전에 기여할 디딤돌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산학연, 정부, 국회가 함께 협력해 화학 산업 안전 분야가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화학연구원은 오는 20일 화학연구원 강당에서 ‘유해화학물질 사고 예방 및 대응전략포럼’을 개최한다. 이날 행사에는 최근 원전부품비리근절을 위한 ‘원자력 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한 민병주 국회의원과 지난 2005년 ‘연구실안전환경조성에 관한 법률’을 발의한 이상민 국회의원이 참석한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