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보안제품이 있지만 결국 각종 중요 데이터가 저장되는 하드디스크를 원천적으로 보호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권용구 필립소프트 대표는 보이지 않는 나만의 비밀공간을 개인정보 유출 방지 방법으로 제안했다. 필립소프트는 PC 내 하드디스크나 휴대용 외장장치에 디지털금고를 만들어 자료 유출을 막는 ‘VIP디스크(Virtual & Invisible Private Disk)’를 개발했다.
외부에서 해커가 침입하거나 PC를 분실·도난당해도 C드라이브에 중요 문서가 있는지 알 수 없게 하는 솔루션이다. 외부에서 볼 때 C드라이브는 기존 PC 드라이브처럼 보인다. 파일이나 프로그램 검색기로 찾거나 숨긴 파일을 보이게 해도 VIP디스크 안에 있는 정보는 나타나지 않는다.
권 대표는 삼성전자와 지란지교소프트 등에서 디스크보안 기술 개발에 주력한 엔지니어 출신이다. 인터넷에 공개된 오픈소스를 쓰지 않고 독자 기술로 VIP디스크를 개발한 자부심이 크다.
“올 초 신용카드 세 곳에서 1억건이 넘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습니다. 협력사 직원에 의한 것이었지만 중요정보를 원천적으로 보호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권 사장은 애플리케이션 영역이나 운용체계(OS)와 무관하게 디스크를 완벽히 통제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했다.
“많은 기업은 외부 작업자가 회사 내로 노트북을 가지고 들어갈 때 초기화를 합니다. 이후 내부정보를 유출할 수 없는 보안 솔루션을 설치하고 제공한 계정으로 메인 데이터베이스(DB)에 접속할 권한을 줍니다.”
그는 이런 과정을 거쳐도 보안사고가 끊이지 않는데 주목했다. 권 대표는 “외주 협력사 직원은 DB에 접속한 후 열람한 데이터를 USB 등 외부 저장장치에 담지 못하지만 PC 하드디스크에 단순한 텍스트 파일 형태로 저장할 수 있다”며 “노트북 전원을 끄고 공장 출하상태로 만들면 모든 보안 솔루션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때 하드디스크는 초기화되지 않아 저장한 데이터가 유출된다”고 강조했다.
권 대표는 “중요정보는 어디 있는지 알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아예 정보를 노출하지 않아야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공인인증서가 대량으로 탈취되는 문제에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PC 하드디스크 중 작은 영역을 보이지 않는 디지털금고로 만들어 공인인증서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VIP디스크를 개인에게 무료로 서비스한다”고 말했다.
김인순기자 ins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