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머리카락 굵기보다 약 625배나 작은 물질을 볼 수 있는 나노 렌즈를 개발했다. 실시간으로 분자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나노 현미경 개발 가능성이 열렸다.

최춘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그래핀소자창의연구센터장은 빛의 회절 한계를 극복해 시료에 별도 처리 없이 160나노미터(㎚) 크기 물질을 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160㎚는 머리카락 굵기의 약 625분의1에 해당하는 크기다.
회절 한계란 빛이 아주 작은 물체를 만났을 때 휘는 성질이다. 물체가 작을수록 빛이 많이 퍼지고 휘기 때문에, 빛의 파장 길이보다 작은 물체는 분간할 수 없었다.
연구팀은 70㎚ 간격의 탄소나노튜브 다발에 초록색 파장을 통과시키면 160㎚ 크기 물질을 관찰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탄소나노튜브 다발로 만든 렌즈는 파장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백금으로 코팅했다. 실험 결과 160㎚ 간격으로 떨어진 두 개의 막대 모양이 뚜렷이 관찰됐다.
기존 광학현미경은 회절 현상 때문에 배율을 아무리 높여도 200㎚ 이하 크기의 물질은 볼 수 없었다. 전자현미경이나 엑스레이 등을 사용해야 했는데, 이 경우 시료를 자르거나 코팅하는 과정에서 변형·파괴가 발생했다.
기술을 응용한 나노현미경을 제작하면 손상 없이 시료를 볼 수 있어 나노 연구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막대 모양 패턴 외에 문자 등 다양한 패턴을 관찰할 수 있는 후속 연구가 과제다.
최 센터장은 “가로 세로 방향의 문자, 3차원 분자구조 등을 볼 수 있는 기술 수준에 근접한 기회를 확보했다”며 “관련 나노렌즈 개발에 지속적으로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의 나노·소재 원천기술 개발 사업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나노스케일’ 4월28일자에 실렸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