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분당서울대병원 등 국내 대형 종합병원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대상으로 의료수출 물꼬를 튼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리나라 의료기술과 의료SW가 중동에서 한국형 선진 의료모델로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성모병원이 UAE 정부가 설립하는 ‘애프터케어센터’의 의료기술과 체계를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동의 대형 헬스케어 기업인 VPS헬스케어그룹과 건강검진센터와 암&조혈모세포이식센터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도 이달 말 교환할 예정이다.
UAE가 설립을 추진 중인 애프터케어센터는 한국을 방문, 조혈모세포이식 등 수술을 받고 귀국하는 자국민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국가 의료기관이다. 한국에서 첨단 의료기술로 수술을 받은 UAE 환자들은 대부분 주기적으로 수술 후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매번 한국을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크다. UAE 정부는 자국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한국의 의료기술로 애프터케어센터를 설립, 한국을 방문하지 않고도 자국에서 사후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UAE 애프터케어센터 설립이 본격화되면 서울성모병원은 의료기술과 의료체계를 UAE에 수출한다. UAE의 의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의료계 관계자는 “UAE 애프터케어센터 설립이 본격화되면 중동 국가 대상으로 대규모 의료기술 수출 사례가 탄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 설립은 연내 착수된다.
중동의 민간 의료기업과도 수출 논의가 이뤄진다. UAE에 거점을 둔 중동의 대형 의료기업인 VPS헬스케어그룹은 다수 지역에 설립할 예정인 건강검진센터와 암&조혈모이식센터 관련 기술이전 협의를 서울성모병원과 시작한다. 최근 UAE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자와 VPS헬스케어그룹 관계자들이 서울성모병원을 방문, 의료시설을 벤치마킹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1조원 규모로 확대될 사우디아라비아 의료IT사업을 놓고 미국과 유럽 등 세계 유수 의료IT업체와 경쟁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발주한 병원정보시스템 고도화와 모바일 기반 디지털병원시스템 구축 등 공공보건 의료IT사업에 제안했다. 의료진이 직접 참여하는 분당서울대병원은 세계 유수의 의료IT업체를 제치고 사업자 선정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철희 분당서울대병원장은 “오는 6월이면 중동 국가 대상으로 의료IT 수출 관련한 긍정적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 등 잇단 대형 종합병원의 중동 진출로 향후 UAE·사우디아라비아 등 다수 국가에서 우리나라 의료기술과 의료 IT 기반으로 한국형 의료모델이 자리 잡게 될 전망이다. 향후 의료 기술과 IT를 중심으로 의료분야가 지난 1970년대 건설 붐에 이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는 산업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 지원도 적극적이다. 당초 이번 박근혜 대통령 UAE 방문에 국내 의료계도 동행, 의료기술 협력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침몰사고로 대통령 UAE 방문을 대폭 축소해 의료계가 동행하지 않았다. 의료기술 협력 논의는 일부만 진행되거나 다음으로 미뤄질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대형 병원이 중동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고 정부도 정부간협약(G2G)을 추진해 곧 중동 지역이 의료수출의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