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C칩 4개사, 한국형PLC 국제표준 업그레이드 나선다

국내 전력선통신(PLC)칩 업체가 공동으로 한국형 PLC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한국형 PLC는 지난 2009년 국제표준으로 채택됐지만 일부 성능 부족 등의 이유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는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논란을 불식시켜 글로벌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지다.

국내 PLC칩 제조·유통 4사(씨앤유글로벌·아이앤씨테크놀로지·파워챔프·로엔케이)는 세계 최초로 국제 준(ISO/IEC12139-1)에 등록된 한국형 PLC 업그레이드 개정에 합의했다. 한국형 PLC는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국가 스마트그리드 원격검침인프라(AMI) 구축사업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부품이다.

이들 4사는 이달 중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 고속 PLC 표준기술연구회에 KS표준 개정을 건의할 방침이다. KS표준 개정안은 칩간 호환성을 유지하면서 통신 가능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국제표준(ISO/IEC12139-1) 개정과 한국형 고속 PLC 기술에 대한 KS표준 로드맵을 완성시킨다는 목표다. 임수빈 씨앤유글로벌 사장은 “국내 PLC칩 4개사 모두가 KS표준 개정을 통해 성능과 기능 개선에 합의했다”며 “완성도 높은 국가 스마트그리드 구축사업은 물론이고 글로벌 시장 경쟁력까지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PLC 업그레이드 공동 합의는 국산 스마트그리드 기술의 위상을 되찾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전력 AMI 구축사업에만 집중하며 과도한 경쟁체제를 일삼았던 과거 모습과 달리 관련 업계가 하나의 목표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다.

한전 AMI 구축사업은 2010년 시작됐지만 상호운용성 미흡 등 기술 부족과 특정 업체와 특허권 분쟁으로 4년간 지연됐다. 논란 중심에는 한국형 PLC가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에 최근에는 지중(땅속) 환경에서 한국형 PLC 통신 성능이 다소 떨어지는 걸로 나타났다. 이런 이유로 국내 스마트그리드업계 실적 확보가 늦어지면서 해외 진출에도 제동이 걸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4사는 칩의 통신 범위와 성능 등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한국형 PLC는 2006년 KS표준 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선 작업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신 다양한 통신기술이 적용되지 못해 보다 우수한 성능의 PLC칩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업계가 직접 표준 개정에 나선 것이다. 업그레이드된 통신 성능을 국제표준에 반영해 한국형 PLC 위상을 다시 찾겠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유일한 시장인 한전 AMI 구축사업이 4년 만에 재기됨에 따라 산업계의 새로운 요구가 반영된 표준규격을 개정하겠다는 목표다. 지능형 전력 수요반응(DR), 빌딩에너지관리시스템(BEMS), 재난관리 등 국내외 다양한 스마트그리드 분야에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사업 중단으로 한국형 PLC 구축 실적을 확보하지 못한 탓에 외산 저속 PLC를 포함한 다양한 유무선 통신이 적용된 글로벌 AMI 시장이 성장하고 있어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참가업체 측은 “스마트그리드 사업은 국가기간망과 국가 전체에 구축하는 중요 인프라로 국내 기술로 완성한 국제표준을 개정하고 관리한다면 글로벌 스마트그리드 시장도 선점할 수 있다”며 “올해 국제표준이 적용된 한전 스마트그리드 AMI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만큼 한단계 높은 도약을 위해 우리 업계가 책임을 갖고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