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생명을 잇는 지주회사 구조를 갖추는 ‘삼성금융지주회사(가칭)’ 전환 시나리오의 실현 가능성에 초점이 모인다. 삼성생명이 최근 삼성자산운용 지분을 전량 매입해 100% 자회사로 만들면서 유력하게 떠오른 안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에버랜드가 삼성생명의 지분 19.34%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 7.21%를 보유해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생명 지분 20.76%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해 역시 최대주주다.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이 상속될 경우 세금 납부로 지분이 반으로 줄면,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이면서 금융지주사가 된다. 이 부분까지는 법적 문제가 없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비은행지주사가 자회사로 비금융사를 지배하지 못하게 했다. 삼성전자 상단에 있는 삼성생명이 지주회사가 되면 제조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가질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등 이건희 회장 일가로서는 삼성생명의 지배력이 낮아지면 전 계열사에 대한 경영권 방어가 힘들어질 수 있다.
개정안 통과 전에는 금융지주회사와 자회사가 공정거래법상 일부 요건을 충족하면 비금융회사를 지배할 수 있었다. 삼성에버랜드를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해도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지분을 가질 수 있는 구조였다.
개정안 이후 부각된 시나리오가 삼성생명 ‘중간금융지주사’ 체제다.
삼성생명은 삼성카드 지분율을 34.41%까지 끌어올린 반면에 삼성선물 지분의 41%는 삼성증권으로 넘기면서 증권가에서는 삼성생명이 금융 계열사의 최상단 중간금융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실었다.
문제는 삼성생명 지분의 19.34%를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의 지주회사 전환이 이뤄진다면 삼성생명을 지주회사로 지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삼성생명이 중간금융지주사가 될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에 힘을 실을 수 있는 제도가 현재 논의 단계다. 정부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세부 과제로 인수합병(M&A) 활성화 방안을 내놔 지주사 전환 시 중간금융지주사를 의무 설치하는 방안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반지주회사가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있게 한 제도로 올 하반기 법제화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 후 지주사를 삼성에버랜드와 합병한 일명 ‘삼성홀딩스’가 설립되고 삼성생명이 중간금융회사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도 유력히 대두된다. 삼성홀딩스가 삼성전자 사업회사와 중간금융지주사 삼성생명을 지배하는 각본이다.
이 같은 삼성의 승계구도와 순환출자 시나리오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만한 법은 지난 4월 7일 발의된 ‘보험업법’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해 박영선·심상정 의원 등 14명이 동참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보험사의 자산운용 비율 산정 기준을 기존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시가)’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법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이 3% 한도인 삼성전자를 비롯한 18조6000억원 이상의 삼성 계열사 주식 중 13조9000억원 이상을 팔아야 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팔 경우 순환출자 구조 변화가 불가피하다.
박영선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맡으면서 새로운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렸다.
이종걸 의원실 관계자는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삼성그룹을 비롯, 전 산업에서 금융 자본의 산업 지배를 막는 ‘금산분리’를 위해 조속히 통과해야 한다”면서 “쉽지 않겠지만 여론 조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용 경영권 승계 위해 넘어야 할 법, 필요한 법>
기획취재팀 jeb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