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타이젠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애플리케이션(앱)을 사용할 수 있는 호환 솔루션을 도입한다.
앱 생태계가 아직 조성되지 않아 활용도가 낮은 타이젠 스마트폰의 단점을 조기에 극복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타이젠이 거대한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사실상 종속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안드로이드 운용체계(OS) 버전으로 전락할 공산이 커졌다. 삼성전자가 한계에 부딪힌 독자 앱 생태계 전략을 당분간 포기하는 대신에 타이젠을 활용한 저가 모바일기기 시장을 공략하는 등 하드웨어 다변화 전략으로 선회했다는 분석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타이젠폰 출시를 앞두고 안드로이드 OS 연동용 솔루션 업체를 선정했다. 국내·미국 두 업체가 경합해 한국 업체가 최종 선정됐다. 국내외 소프트웨어 업체 역시 타이젠 OS에서 안드로이드 전용 앱을 실행시킬 수 있는 가상머신(VM) 솔루션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OS가 다르면 한국어·영어·중국어로 표현한 문서가 다르듯이 각 OS에 특화된 콘텐츠만 그 플랫폼 위에서 돌아간다. 안드로이드는 자바(JAVA)에, 윈도는 C언어에 기반을 두고 OS를 구성하고 개발자 역시 자바, C언어 등 특정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인력이 각 OS에 맞는 앱을 개발하게 된다. OS가 다르지만 동일한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하려면 번역기와 마찬가지로 OS 간 호환을 도와주는 VM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된 타이젠 스마트폰의 앱 활용을 위해 안드로이드와 호환되는 소프트웨어 환경을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OS는 타이젠이지만 그 위에 솔루션을 하나 더 얹고 안드로이드 전용 앱이 안드로이드 OS 위에서 구동되는 것처럼 만든 것이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메모리 사용량이 소폭 늘어나지만 동일한 앱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안드로이드의 장점과 타이젠 플랫폼을 모두 활용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탈안드로이드’를 꾀하는 삼성전자에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것으로 지적됐다. 타이젠 역시 안드로이드에 종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호환 플랫폼을 사용할 때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지 못할 뿐더러 안드로이드 생태계를 그대로 이식하는 수준에 그친다. 개발자도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개발하면 타이젠 스마트폰 이용자에게도 판매할 수 있는데 굳이 타이젠 전용 앱을 개발할 이유가 없다.
삼성전자가 이 같은 우려에도 안드로이드 호환 전략을 채택한 것은 타이젠폰의 시장 활로 모색을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독자 OS를 채택한 ‘바다폰’도 독자 앱 생태계를 추진했으나 개발자의 외면으로 사실상 실패로 끝난 전례도 있다.
이번에 출시하는 타이젠 스마트폰이 주요 이통사가 아닌 자급제(오픈 마켓) 위주로 공급된다는 점도 삼성전자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바다폰도 주로 유럽의 오픈 마켓에서 판매됐지만 사용할 앱이 많지 않아 소비자가 구매를 꺼렸다.
업계 관계자는 “하드웨어가 한계에 다다른 시점에서 SW·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삼성전자의 전략이 점점 늦춰지면서 나온 과도기적 기술일 것”이라며 “OS 주도권을 잡기보다는 안드로이드와 일단 공존하면서 다른 형태를 모색하는 전략이 향후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의 한 애널리스트는 “타이젠마저 안드로이드에 종속되면 삼성전자의 구글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구글이 레퍼런스폰·태블릿PC를 삼성전자가 아닌 LG전자 등에 맡기는 상황이라 삼성은 구글 전략 변화에 따라 모바일 사업 성패가 좌우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