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3D프린터, 쉽게 만들고 거래할 수 있어야

[ET단상]3D프린터, 쉽게 만들고 거래할 수 있어야

3차원(3D) TV가 출시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콘텐츠 부족으로 널리 보급되진 않았다. 3D TV는 아직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지 못했지만 반면에 다른 분야에서는 3D 기술이 우리 생활 전반을 바꿔 놓을 기세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대표 사례다. 디즈니는 과거 2D 애니메이션을 3D로 전환하는 기술에 큰 진전을 보여줬다. 최근 출시되는 대형 초고화질(UHD) TV에는 3D 기능을 기본 내장하기도 하고, 아마존은 하반기에 3D 휴대폰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처럼 3D 콘텐츠는 이미 대세가 됐다. 과거 전문가 영역이었던 3D 콘텐츠의 생성이나 출력이 이제는 일반인에게까지 확대되고 있다. 특히 3D 프린팅 분야에서의 기술 진화 속도는 놀랍다. 과거에는 3D 프린팅 기술이 신제품 개발을 위한 모형을 제작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금속·의료·건축·의류·가구·우주항공 등 전 산업에 걸쳐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3D 프린팅 산업의 현실은 선진국인 미국·유럽은 물론이고 중국과도 격차가 크다. 주요 원천 특허의 유효기간이 만료됐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보급형 플라스틱 3D 프린터를 제작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고, 금속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3D 프린터업체는 소수에 그친다. 많은 기업이 3D 프린팅 산업의 시장 규모를 저평가하고, 마케팅 예측 정보가 부족해 투자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기술로 평가 받는 이 기술을 어떻게 발전시키고 활용할지의 고민은 향후 우리 미래 먹거리 산업을 결정짓는 중대 사안이다.

3D 프린팅 기술은 크게 콘텐츠,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소재 네 가지 요소로 이뤄진다. HW·SW 분야는 이미 우리나라에도 세계적 수준의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많아 수요만 있다면 좋은 기술들이 출현할 것으로 본다.

3D 프린팅 활성화에 중요한 요소인 소재는 친환경 플라스틱, 세라믹, 금속, 목재 등 다양하다. 최근 우리나라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견·중소기업까지 스마트 프린터 소재 개발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이는 수요 창출의 한계에 직면한 소재기업들에 분명 좋은 소식이다. 이처럼 HW, SW, 소재 분야는 산학연이 협력해 새롭고 유용한 기술을 창출할 수 있는 영역이며 정부에서도 적극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3D 프린팅 산업 활성화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기반이 구축돼야 한다는 점이다. 기본이 되는 디자인 툴과 저가의 고기능 스캐너 같은 장비를 손쉽게 사용해 제작된 콘텐츠와 제품이 거래될 수 있는 온·오프라인 시장도 활성화돼야 한다.

3D 프린터는 움직이는 공장(모바일 팩토리)이자 1인 소유의 작은 개인 공장이다. 수많은 사용자가 인터넷 네트워크로 연결돼 수만개의 부품으로 이뤄진 제품을 순식간에 생산하는 분산형 제조 공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소비자가 곧 제조자가 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성공은 없다. 기초를 튼튼히 하기 위해 산학연 협력을 튼튼히 받쳐 줄 기반을 마련하는 한편, 자유롭게 기술을 교류하고 시장을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공감대를 조성하고 신기술의 등장에 따른 법·제도 정비까지 함께 이뤄져야 할 때다.

신홍현 대림화학 대표 howardshin@dlche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