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전산시스템 전환, SK C&C 외에 추가사업자 받기로

사업자 선정·전환추진은 상당기간 지연될 듯

전산시스템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다운사이징하는 2000억원 규모의 KB국민은행 ‘스마트사이징’ 사업 입찰 제안서를 21일 마감한 결과, SK C&C가 단독 참여했다. KB국민은행은 조만간 추가 입찰을 통해 다른 사업자의 참여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KB국민은행·금융지주에 대한 고강도 감사를 진행 중인 데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전산시스템 전환 결정에 대한 ‘이사회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까지 타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어서 사업자 선정과 전환작업 추진은 상당기간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자 선정에는 SK C&C만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SK C&C는 한국IBM이 아닌 다른 하드웨어(HW)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LG CNS 등 다수 IT서비스기업이 HW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 제안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국민은행의 내홍으로 제안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SK C&C도 제안서 접수를 받아 제출했지만, 실제 사업자 선정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스러워 하고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단 제안서 접수는 예정대로 마쳤지만 실제 사업자 선정과 사업진행 일정은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의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지주와 은행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임영록 지주 회장과 이건호 행장 간 갈등이 외부로 드러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금융감독원은 KB국민은행은 물론이고 KB금융지주에 대한 특별검사를 강화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의 문제가 다수 지주사와 연관성이 있어 자연스럽게 감사범위가 확대됐다”며 “검사기간은 1주일로 잡아놨지만 세밀한 검사를 위해 기간은 더 연장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국민은행 이사회가 은행장 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협의 없이 결정을 내리고, 이런 문제점이 외부에 공개될 정도로 내부 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업계는 특별검사 결과에 따라 임 회장이나 이 행장 둘 중 한 명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은 여전히 입장 차가 뚜렷하다. 임 회장은 “전산시스템 변경 관련 논란은 은행과 이사회 간의 문제이지, 회장과 행장 간 문제는 아니다”며 “이사회 의결은 존중돼야 하고 CEO는 이사회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행장은 주 전산시스템 교체가 미뤄지더라도 내부감사 결과에서 제기된 의혹을 모두 풀고 가야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한 이사회 보고서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고 그런 상황을 이사회에서 한 번 논의해보자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이사회에서 IBM메인프레임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안건에 대해 이 행장과 정병기 감사위원이 이의를 제기했다. 이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정 감사가 문제 소지가 있다며 금융당국에 특별검사를 요청하면서 내부 갈등이 외부로까지 불거졌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