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브라질 월드컵과 9월 인천 아시안게임이 본격적인 초고화질(UHD) 방송의 서막을 알린다.
SBS가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UHD 경기영상을 공급받기로 했고 KBS·MBC는 소니와 4K UHD 협력 양해각서(MOU)를 교환했다.
기술 및 전송규격 문제로 가정에서 생중계 시청은 어렵지만 가전사와 방송사는 공공장소 시연으로 UHD의 진가를 알릴 계획이다.
오니시 도시히코 소니 부사장은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KBS와 인천 아시안게임의 4K 제작 MOU를 교환했다”며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4K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MBC와도 MOU를 교환한 소니는 9월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자사의 UHD 솔루션을 제공한다.
SBS는 브라질 월드컵 UHD 방송 준비에 들어갔다. 소니가 4K로 제작할 16강(6월 28일)·8강(7월 4일)·결승전(7월 13일) 세 경기로 20일 시작한 지상파 UHD 실험방송에 활용할 예정이다.
SBS는 현재 브라질 현지와 서울 목동 방송센터 간 신호점검을 하고 있으며 6월 초 시험영상을 받아보고 구체적인 방안을 결정할 계획이다. 위성으로 진행되는 이번 중계는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4K 국제중계다.
하지만 이 중계방송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UHD TV로는 시청할 수 없다. 지상파 UHD 전송규격이 결정되지 않아 시중에 판매된 TV에는 실험방송 규격 DVB-T2의 튜너가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송규격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신튜너를 내장해 판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케이블TV 유맥스에서의 방송도 결정된 것이 없다.
생중계도 어려울 전망이다. 오니시 부사장은 “전송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현재 기술로는 4K UHD의 상업용 생중계가 어렵다”고 말했다. SBS 관계자도 “시험영상을 받은 후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장비 여건도 UHD에 완벽하지 않아 실시간 중계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 대신 가전사와 방송사는 공공장소 시연으로 UHD를 홍보할 방침이다. 지난달 실험방송을 시작한 KBS는 LG전자에서 TV를 공급받아 서울역에 전시했고 SBS도 가전사와 협력해 월드컵 UHD 영상을 담은 실험방송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SBS는 20일 개막한 국제방송음향조명기기전(KOBA)에서 이미 LG전자 3D UHD TV로 실험방송 실황과 UHD 드라마 ‘강구이야기’를 시연한 바 있다.
◇TV는 잘 만들지만…갈길 먼 한국 UHD산업
국내 업체의 UHD TV 경쟁력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패널 경쟁력과 기능 우위를 발판으로 북미·유럽 등 주요 프리미엄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가 지난달 서울역에 설치한 UHD TV는 유럽방식 DVB-T2 튜너를 내장한 국내 미출시 모델로 DVB-T2에서의 UHD 전송 능력을 검증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TV를 제외한 UHD 생태계는 취약하다. 장비는 대부분 외산에 의존하고 있고, 콘텐츠 확보도 갈 길이 멀다. 케이블TV가 전용채널 유맥스를 지난달 개국했지만 대부분 재방송이다. 전송규격 결정은 늦어지고 있고 지상파와 유료방송 간 힘겨루기 양상도 나타났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내년 미국방식 ATSC 3.0의 표준이 확정되면 DVB-T2와 비교해 규격을 결정할 계획이다.
반면에 일본은 UHD 패권 차지 과정이 순조롭다. 자국 업체들이 UHD 세계 장비시장을 장악했고 내친 김에 2016년 8K 시험방송도 준비하고 있다. 소니는 공식 후원사 자격을 등에 업고 기존 합의된 세 경기 외에 일본 대표팀 경기도 UHD로 제작하고자 FIFA와 협의 중이다. 위성방송 스카이퍼펙은 이를 전국에 선보일 계획이다.
가전사 관계자는 “HD 때와는 달리 규격이 결정되기 전에 TV를 내놓는 것이 우려스럽다”며 “TV 성능을 생태계가 뒷받침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