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를 만든 라이트 형제 중 형 윌버 라이트가 1912년 5월30일 사망했다. 함께 하늘을 날던 동생을 땅 위에 남겨둔 채, 장티푸스 고열에 시달리다 45년 짧은 생을 마감했다.
윌버는 1867년 미국 인디애나 주 밀빌에서 태어났다. 1871년 오하이오 주 데이턴에서 태어난 오빌 외에도 5명의 형제가 더 있었다. 아버지 밀턴 라이트가 1878년 종이와 대나무로 만든 ‘헬리콥터’ 장난감을 사줬는데, 고무줄로 움직이는 프로펠러가 달려 있어 하늘을 날 수 있었다. 장난감이 망가지자 두 사람은 직접 비슷한 물건을 만들려 했지만 실패했다. 윌버와 오빌은 이 때 경험이 비행에 대한 호기심의 출발이었다고 회상했다.
형제가 비행기 제작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역설적이게도 비행에 대한 위험 때문이다. 1892년 문을 연 자전거 수리점으로 큰 돈을 벌던 중, 독일인 오토 릴리엔탈이 비행 중 사망한 소식을 듣고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한다. 오토는 사람이 탈 수 있는 글라이더를 만든 항공 영역 선구자다.
라이트 형제는 1900년부터 1902년까지 200회 이상 모형 시험과 1000회에 걸친 글라이더 시험 비행을 수행했다. 이 때까지 형 윌버는 안전 문제 때문에 글라이더에 오빌을 태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험 데이터를 확보한 형제는 1903년 12월17일 인류 최초의 동력 비행기 조종에 성공했다. ‘플라이어’로 명명된 날개 길이 12미터, 무게 283㎏짜리 비행기를 타고 12초 동안 36.5미터를 날았다. 같은 날 세 차례 시험 끝에 비행 시간은 59초, 비행 거리는 255미터로 늘었다. 이후 실패와 개량을 거듭하며 개발한 플라이어3호는 38분 동안 38㎞를 날며 선회 비행과 8자 비행에 성공했다.
형제는 둘 다 결혼하지 않았다. 윌버는 “부인과 항공기 모두를 위한 시간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1912년 4월 보스턴 출장을 다녀온 뒤 장티푸스성 열에 시달리다 5월 30일 별세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