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물리학자들이 빛을 물질로 바꾸는 실험에 도전한다. 80년 전 이론 차원에서 제시됐던 현상을 실제 증명하려는 시도다. 우주 에너지 물리학 마지막 퍼즐을 찾아낼지 주목된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소속 물리학자들은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포토닉스’ 18일자(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문을 통해 고출력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면 양자·전자 등 아원자 형태 물질을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험을 위해서는 우선 금으로 된 판에 전자를 발사해 고출력 광자 빔을 얻고, 역시 금으로 만든 작은 캡슐 공간에서 고출력 레이저를 발사해 태양이나 별 수준의 매우 밝은 빛을 만든다. 생성된 광자 빔을 이 공간에 보내면 두 광자 흐름이 충돌하면서 10만개 가량의 전자·양전자 조합이 나온다는 얘기다.
이처럼 빛에서 물질을 생성할 수 있다는 이론은 80년 전인 1934년 미국 물리학자 그레고리 브라이트와 존 휠러에 의해 제기된 바 있다. 당시에는 이들조차 이런 현상이 극히 드물다며 실험으로 재현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빛이 입자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은 1905년 아인슈타인의 이론에서 출발했다. 물질과 빛의 상호 작용에 관한 이론은 이후 여러 차례 나왔지만 실험에서 입증된 적은 한번도 없다.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이 이론의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는 셈이다. 우주 탄생 초기 100초 가장 큰 폭발의 비밀을 푸는 시초라는 평가다.
연구를 주도한 올리버 파이크 박사는 “이 과정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E=mc2공식을 입증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깔끔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의 목표는 1년 내 실제 실험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들은 기존 설비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의 오메가 레이저, 영국 올더매스턴 핵무기 연구소의 오리온 레이저 등이 이들 실험에 필요한 시설로 꼽힌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