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A씨는 독특한 ‘데이트 앱’을 개발하겠다는 창업 아이디어를 내놨다. 하지만 창업지원사업이나 창업경연대회 출전 등 어떤 지원제도를 이용해야 할지 선뜻 결정을 할 수 없었다. 담당자로부터 중복 사업 지원은 안 된다고 들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지원프로그램을 조기 종료하면 다른 사업에 지원할 수 있다는 대답도 들으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됐다. 그때마다 창업 관련 커뮤니티를 이용하거나 각 사업 담당자에게 여러 번 문의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정부가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대학생 창업 활성화를 앞세우면서 대학이 ‘설익은 창업사업’의 경연장이 됐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는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청년 고용률이 둔화되면서 일자리 창출의 방안으로 대학 창업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고용노동부, 중소기업청은 물론이고 국방부까지 대학생 창업 활성화 방안을 앞다퉈 내놓았다.
교육부의 산학협력선도대학(LINC) 사업과 중소기업청도 창업선도대학은 대표적 대학생 창업 지원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스마트 창작터 및 대학창업보육센터 확장건립사업에 창업아카데미, 창업리그로 창업자 발굴부터, 육성, 사업화까지 지원한다. 지자체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시도 서울산업통산진흥원과 함께 창업전문인력 양성사업인 ‘캠퍼스CEO’와 고졸 대상 창업 프로그램 ‘마이 프로젝트 스쿨’을 지원 중이다.
정부와 지자체, 민간 기업까지 중구난방 지원이 이뤄지면서 정작 취업관련 정보나 지원이 원스톱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창업정보 창구도 창업넷, 온라인재택창업시스템, 미래글로벌창업지원센터 등 나눠져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일부 대학에서 취업센터와 함께 창업지원센터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산학협력단 하부 조직으로만 있어 문의가 쉽지 않다. 또 창업 지원 프로그램의 대부분이 시장 출시 이전단계까지만 지원하는 단기 사업인 것도 지적했다. 이는 대학생 창업이 실질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시도로만 그치는 문제로 이어졌다.
한 대학 관계자는 “중소기업도 기술 사업화 이후에 시장에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고도 마케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대다수”라며 “단순한 사업계획서로 출발해 사무실집기 및 인건비 수준의 지원으로는 실질적 결실을 맺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중소기업에 일자리가 있는데도 대학생은 대기업을 바라보는 미스매치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단순히 돈만 지원해주겠다는 식의 창업 관련 사업만 쏟아지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중복지원으로 인한 예산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학생 창업 지원 사업을 일원화하거나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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