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리는 총리실, 힘 있는 총리 되나?

행정혁신처와 국가안전처 신설로 막강 권한을 갖게 되는 총리실의 향후 위상 변화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던 책임총리제를 직접 만들었던 안대희 국무총리 지명자가 책임총리가 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지난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의 국무총리 지명과 박근혜 대통령의 2개 처 신설로 총리실의 위상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일며 역할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우선 막강한 2개 처의 신설로 총리실 몸집도 불어난다. 정부조직법상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법제처, 보훈처, 식약처와 금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가 포진해 있다. 두 처 신설로 인해 총리실은 역할과 권한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특히 처장을 차관급으로 하는 기존 처와 달리 장관급이나 그 이상으로 하게 된다면 위상은 한 차원 더 높아질 전망이다.

행정혁신처는 기존 안전행정부의 공무원 인사 및 시험 관리, 행정기관의 조직 및 정원 관리 등의 인사·조직 업무를 비롯해 관피아(관료+마피아) 청산 등 관료사회 개혁을 지휘한다. 국가안전처는 안전행정부와 해양수산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된 안전관련 조직을 통합하고 지휘체계를 일원화해 육·해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유형의 국가재난을 총괄한다.

그러나 조직을 단순히 키우는 것만으로 총리실 위상이 달라질 수는 없다는 게 총리실 안팎의 전망이다. 국가안전처와 행정혁신처 같은 큰 부처 2개를 관리하려면 총리의 권한이 강화된 책임총리제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른 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지금 총리는 실권이 거의 없이 국가 원로급이 지나쳐 가는 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앞으로 국가 안전을 책임지고 각 부처를 통합하려면 힘이 필요한데 정부의 조직과 인사를 갖게 되는 행정혁신처의 운영 방향이 그 흐름을 가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2일 지명된 안대희 총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과해 임명이 된다면 여러 측면에서 총리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정치적 환경이 안 후보자에게 우호적이다.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출범 초에 임명된 전임 정홍원 총리와 달리 안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 책임론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등장했다. 여론은 대통령 권한의 분산을 요구하고, 정권은 대통령 책임의 분산을 바라는 시점이다. 제도가 뒷받침하는 행정부 2인자인 총리의 권한이 강화될 수 있는 강력한 배경이다.

하지만 총리실 안팎에서도 두 처 신설이 위상과 권한 강화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총리실이 법제처나 보훈처 등에 큰 영향력이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속만 총리실일 뿐 실제 총리 권한 행사와는 거리가 멀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총리실 한 관계자도 “신설되는 조직의 인사권을 누가 행사하는지, 책임총리제가 구현되는지에 따라 조직의 위상과 권한은 크게 달라질 것”이라며 “만일 신설되는 2개 처 권한이 청와대 쪽에 실린다면 총리실은 기존 조직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다.

여건만 보면 새로운 총리실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 보이지만 한계도 비교적 명백하다. ‘제왕적 대통령제’ 하에서 총리는 권한은 없고, 대통령 대신 책임만 있는 존재가 되기 쉽다. 박근혜정부는 총리의 국무위원 제청권을 늘 강조하지만, 지금까지 총리가 실권을 행사했다고는 보기 힘들다. 박 대통령의 전반적 국정기조 변화가 없다면 막강한 외형을 갖춘 총리실도 지방선거와 정국돌파를 위한 이미지 전환용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