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김영호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

“벤처기업을 만들어 2~3년 하다 관둘 그런 투자는 하지 않을 것입니다. 창업기업 숫자보다는 전체 매출액과 일자리 숫자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지난 3월 선임된 김영호 미래기술지주 대표가 내놓은 경영 방침이다. ‘벽돌찍듯하는 벤처기업 양산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이사람]김영호 미래과학기술지주 대표

미래과학기술지주는 KAIST를 비롯해 광주과학기술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등 과기특성화대학이 기술벤처 육성을 위해 만든 자본금 20억원의 공동 기술지주회사다. 이들이 28억원씩 5년간 14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다만, 사립대인 UNIST는 과학기술원법 정리가 안 돼 실제 출자는 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미래기술지주 대표로 오기전 전북지역대학연합기술지주 대표를 지냈다. 당시 ‘투자의 혜안, 투자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기업설립 개수를 압박해선 안 됩니다. 대학 측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사 소개 들어보면 그 회사가 어떤지,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뻔히 알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기업이 쑥쑥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전문가적인 관점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됩니다.”

물론 주주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소통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럼에도 양보다는 질적인 측면에 투자의 무게중심을 맞춰가겠다는 것이 김 대표의 투자 철학이다.

지난 3월 본격 가동에 들어가 본부장급 프로 3명을 뽑았다. 이번주 내로 추가 3명 면접이 예정돼 있어 이들을 모두 합쳐 올해는 총 9명으로 가동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국내 기술지주의 모델을 만들 것”이라며 “벤치마킹 대상이 되면 자연스레 글로벌 넘버 1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올해 목표는 알짜배기로 5개 기업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 전에 회사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과 지원 네트워크 등을 구축할 것입니다.”

애로사항도 털어놨다. 기술지주가 사업화에는 좋은 툴인데, 전문성과 자금, 지원 등이 부족해 운용이 잘 안 된다는 것이다.

“삼중고를 겪고 있지만, 결국은 돈으로 귀착됩니다. 지원도 필요할 때 이루어져야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대학들이 지켜보고 있지만,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태도가 달라질 것입니다.”

창투사 등이 보유한 투자자산에 전문 투자하는 ‘세컨드리펀드’의 부재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 대표는 투자하고 쉬는 것이 아니라, 선순환적인 지속 투자가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기술지주가 펀드를 운용할 법적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똘똘한 회사를 골라 재투자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래야 초기 기업에 충분한 자금지원이 가능해지고, 손바뀜이 활발해져야 벤처 생태계가 살아날 것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