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에게만 전화를 걸 수 있는 초간편 휴대폰 ‘오운폰(OwnFone)’ 전면부는 3D프린터로 제작한다. 사용자에 따라 각각 만들어야 하는 부담을 3D프린터로 극복했다.
#조립장난감 애플리케이션(앱) 개발사인 셈스게임즈는 앱으로 가상의 상품을 제작하고 이를 3D프린터로 출력하는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가상공간(앱)에서 장난감을 만들고 실물로 바로 구현할 수 있도록 했다.
3D프린터 활용 사례다. 이들 이외에 수많은 참신하면서 튀는 3D프린터 이용 아이디어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말 그대로 ‘3D 프린팅 대중화’ 시대를 앞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3D프린터를 기존 컴퓨터와 연결해 사용하는 프린터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동안 예상조차 할 수 없었던 제2의 생산 혁명을 일으킬 수 있는 분야로 본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은 미래 신산업혁명을 주도할 유망기술로 꼽았다.
3D프린터의 가장 큰 매력은 하나의 조형물을 만드는데 있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시제품을 예로 들자. 기존에는 전문업체에 맡겨야 했지만 이제는 설계 능력만 갖췄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 세계적인 스포츠카업체 람보르기니는 시제품 제작에 3D프린터를 사용해 소요되던 시간과 비용을 각각 6분의1과 8분의1로 줄였다. 이는 대량생산체제에서 소량생산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현재는 ‘규모의 경제’가 회사의 경쟁력과 고수익으로 나타나지만 3D프린팅 보급으로 일정 규모 이상을 생산해야 하는 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오운폰과 같은 맞춤형 생산이 가능해져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 등장이 가능해진다.
기업 리스크(위험)도 줄어든다. 현재와 같은 대량생산체제에서는 생산량 감소는 제품원가 증가로 이어진다. 3D프린터의 생산(출력) 효율이 크게 향상된다면 생산량 감소가 제품 원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해진다.
유통혁명으로도 이어진다. 현재는 거점 생산라인(공장)에서 만들어 직접 또는 물류라인을 통해 제품을 공급하지만 3D프린팅 생태계가 구축된다면 제품이 아닌 3D프린팅 디지털도면을 각 유통라인 또는 소비자에게 e메일 등으로 보내 이를 가정 또는 특정 장소에서 출력하는 환경이 된다.
이 같은 다양한 이점 때문에 시장 성장 기대치는 매우 높다. 컨설팅업체 홀러스어소시에이츠는 지난해 3D프린터 시장은 22억달러에서 2021년 108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기업뿐만 아니라 차세대 성장동력에 목말라 있는 정부까지 흔들고 있다. 미국·일본·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 국가가 3D프린팅 산업을 집중 육성한다. 미국은 중국·인도 등 저임금 국가로 이전된 제조업 부활을 위해 3D프린팅 기술개발 및 인프라 조성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미국과 유럽에 밀리고 있는 3D프린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소재부문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공동으로 지난달 ‘3D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는 등 3D프린팅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2020년 3D프린팅 분야 국제 선도국가 도약을 비전으로 제시했다. 또 세계 선도기업 5개와 독자 기술력 확보를 통한 세계시장 점유율 15%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다. 시장 수요와 연계된 성장기반 조성을 비롯해 비즈니스 활성화 지원, 기술경쟁력 확보, 법제도 개선 등 4대 지원 전략, 11대 추진과제도 정했다. 수요 연계형 성장기반 조성을 위해 산업현장에서 3D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제조공정을 혁신하도록 지원한다.
또 영세·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3D프린터 시제품 제작서비스’를 운영한다. 국민이 3D프린팅을 체험할 볼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3D프린팅이 개인의 창의적 상상력을 통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만큼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개인 누구나 적극 활용하며 사업화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닦겠다는 것이다.
선진국 대비 취약한 기술력 확보를 위해 주요 분야별 기술개발 로드맵을 마련한다. 미래부와 산업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한 ‘3D프린팅산업 발전협의회’가 내달 출범한다. 산업계·학계·연구계와 공동으로 3D프린팅 기술 수요와 트렌드를 예측하고 우리나라에 맞는 3D프린팅 기술 개발 방향을 잡는다.
전문가들은 3D프린터가 우리 경제·사회·문화 등 생활 전 분야의 패러다임 변화에 중요한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개인의 아이디어를 제품이나 부품 또는 장식품으로 만드는 프로슈머가 촉진되는 한편 온라인이나 공동 제작공간에서 서로 협력해 제품을 만드는 협업문화 확산에도 기여할 것이란 예상이다. 이는 콘텐츠 유통, 모델링, 플랫폼 서비스 등 다양한 신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동시에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박수용 정보통신산업진흥원장은 “3D프린팅의 진정한 주체는 개인”이라며 “기발한 아이디어로 세상을 놀랍게 할 혁신제품을 개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제조공정 vs. 3D프린팅 공정 ※자료: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3D프린팅의 경제·사회적 의의 ※자료:미래창조과학부·산업통상자원부>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