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사업 아이템을 제시해도 전년도 매출이 적으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줄어 신규 사업을 아예 못하는 게 우리 중소기업의 현실입니다.”
“충분한 담보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기업 매출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면 은행에서는 여지없이 대출금 조기상환이나 금리인상을 요구합니다. 전형적인 ‘비 올 때 우산 빼앗는 행위’입니다.”
정부가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규제 혁파에 팔을 걷어붙였지만 핵심동력인 중소기업은 비상식적 대출 기준 등 금융 분야 규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8일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초청해 개최한 ‘중소기업 금융규제 개선 간담회’에서는 중기인의 금융 규제개선 요구가 쏟아졌다. 참석자들은 자금 조달이나 투자유치, 금융서비스 이용 등에서 숨은 규제를 해결해 달라며 총 23건의 개선 과제를 건의했다.
이날 자리는 중기가 가장 큰 고충으로 금융 규제 혁파를 제시했고 금융위원회가 이에 화답하면서 마련됐다. 금융위가 중기를 찾아 의견을 수렴한 것은 조직 출범 이후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은행이 대출한도를 설정할 때 다른 상황의 고려 없이 전년도 매출액을 무조건적 기준으로 삼는 부분을 최우선 해결 과제로 지적했다.
배창욱 코스넷 대표는 “중소기업은 일정 기간 사업이 정체하다가도 급격히 성장하기도 하는데 금융권 대출한도는 항상 전년도 매출액 기준에 묶여 있어 신규 사업 확대에 어려움이 많다”고 토로했다.
부당한 보증금지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원부성 한국원심력콘크리트협동조합 이사장은 “부도 업체를 인수하거나 과거 부친의 회사가 부도난 일이 있는 등 실질적 관계가 없는 회사라도 정상적 보증심사를 받지 못한다”며 “채무불이행 기업과 실질적 관계가 없는 기업을 낙인찍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기업이 매출이 감소한 때 은행권에서 빌린 돈을 조기상환하라고 요구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관행에도 불만이 적지 않았다. 어려울 때 돈을 빌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오히려 은행은 ‘비가 올 때 빌려 준 우산을 돌려 달라고 한다’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수출 보증에 대한 은행 내부 취급규정 현실화 △창업·성장기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펀드 투자촉진 △체크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법인 이외에 1인 창조기업에도 특허담보부 대출 허용 등이 건의됐다.
건의를 받아든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중소기업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검토해 이른 시일 내에 불필요한 금융 규제를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간담회에서 제기된 매출액 기준 대출한도 설정에 대해서는 개선에 공감대가 있으며 체크카드 수수료를 기존 신용카드보다 낮추는 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담보나 경영실적이 아닌 성장성과 지식재산(IP) 기반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과 금융서비스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창업 활성화를 위해 연대보증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도 모색하기로 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