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크스바겐 신형 골프 카브리올레 소프트톱은 시속 30㎞ 이하 속도에서 9.5초만에 완전히 개방된다. 흔히 말하는 ‘오픈카’로 변신하는 것이다. 창문이 살짝 내려가면서 사슴벌레의 등딱지 같은 검은 색 지붕이 하늘로 열리며 스르르 접히는 짧은 시간이 변신 로봇을 보는 듯한 묘한 즐거움을 안겨줬다. 특히 아이들이 좋아한다. 공식적으론 9.5초라고 하는데 실제로 느껴지는 시간은 훨씬 짧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개방하면 좀 민망하다. 트렁크 문이 조금이라도 덜 닫혀 있으면 소프트톱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계기판에 ‘boot lid를 닫아라’라는 표시만 반복되는데 이것이 트렁크 문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이 차 외모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눈이라고 할 수 있는 헤드라이트다. 헤드라이트 전체를 둥글게 감싸다시피 한 LED 주간 주행등은 골프 카브리올레의 독특한 디자인과 어우러지면서 차를 세련되고 맵시있게 보이게 한다. 눈 화장을 잘 한 차가운 도시 여자라고나 할까? 바이제논 헤드라이트에는 동적 코너링 기능이 들어 있어 도로 커브에 따라 불빛이 이동하기 때문에 야간 주행 시 매우 편리하다. 예쁜데 똑똑하기까지! 후면에 두 개의 배기구를 배치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뒷태’에 역동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데 성공했다.

내부에 대해서는 좀 할 말이 있다. 문이 두 개인 데다 지붕이 열리는 카브리올레 차인 점을 감안하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뒷좌석에 타기가 어렵고 트렁크가 작다는 것 따위다. 투도어 특유의 큰 문 때문에 차를 타고 내릴 때 불편한 점도 있다. 이런 것은 차의 형태상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자동차 제작사가 이런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점도 분명하다. 골프 카브리올레가 이 점에서 성공했는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뒷자리에 타기 위해 앞좌석을 접을 때 사용하는 손잡이인 ‘이지 엔트리’를 왜 그렇게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보통 사람이 있는 쪽으로 당기도록 만드는데, 이 차는 위로 당기도록 만들었다. 그냥 위도 아니고 살짝 사람 반대편으로 당겨야 한다. 사소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불편한지는 금방 이해가 가리라 생각한다. 가뜩이나 뒷자리 타기가 불편한데 이런 것까지 겹치면 탈 때마다 마음이 몹시 무거워진다. 여기에 좁은 문틈으로 손을 넣어 수동으로 꾸역꾸역 앞좌석 각도를 조절하고 있노라면(손목에 시계를 차고 있으면 문틈에 걸려서 조절이 힘들 정도다), 시트 디자인의 무성의함에 이 차가 정말 4000만원대 차가 맞는지 살짝 의구심이 든다. 시트 높이를 조절하기 위해 측면의 기다란 손잡이를 농약 치듯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고 있노라면 눈물이 날 지경에 이른다.
‘그래, 저걸 다 자동으로 했으면 차가 훨씬 비싸졌겠지’라고 생각하면 그런대로 위안이 된다. 위안거리는 조금 더 있다. 이를테면 B필러 없는 뒷좌석이 그렇다. 중간에 기둥이 없는 덕분에 차량 옆면 유리가 일체형인 것처럼 보이는데, 이것이 시원하고 탁 트인 느낌을 준다. 뒷자리가 좁은 데 대한 보상이다. 6.5인치 터치스크린 내비게이션은 꽤 쓸 만하다. 안내도 시원시원하고 스마트폰과 비교해도 정확도가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 후방카메라가 없는 건 아쉽다.
이게 다라면 그게 어디 골프의 형제라고 할 수 있겠는가. 골프 형제들의 특기는 역시 달리기에 있다. 골프 카브리올레 역시 마찬가지. 인테리어의 아쉬움을 한 방에 날려 보낼 정도의 뛰어난 달리기 실력을 갖췄다. 초반 가속력은 일찍이 동급에서 맛보지 못한 것이었다. 자그만 체구와 폭발적인 가속력이 더해지면서 날다람쥐 같은 놀라운 민첩성을 보여줬다. 물론 시속 160㎞를 넘어서면서 더 밟을 수 있는 액셀러레이터의 여유가 많지 않음을 느끼기는 했지만, 운전의 재미를 느끼기에는 충분한 성능이었다. 이 차를 타본 사람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차에 탑재된 TDI 엔진의 최고 출력이 불과 140마력임을 감안하면 놀라움은 커진다. 어지간한 소형차 수준의 엔진으로 이렇게 잘 달리다니. 폴크스바겐의 기술력이 새삼스럽다. 듀얼 클러치 변속기(DSG)의 명성은 과연 허언이 아니었다. 변속에 걸리는 시간이 0.02초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일부러 신경 쓰지 않는 한 변속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기가 어려울 정도다. 적절한 시점에 빠르게 변속이 일어나면서 동력 손실을 최소화, 복합연비가 16.7㎞/ℓ에 달한다. 고속도로 연비는 무려 20.1㎞/ℓ. 55리터짜리 연료탱크를 가득 채우면 넉넉하게 서울과 부산을 왕복할 수 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