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영상·음향기기 연결에 사용되는 HDMI가 출시 12년째를 맞은 올해 대중적인 고성능 연결수단으로 거듭나고 있다. 초고화질(UHD) 바람을 타고 4K/60프레임(P)을 지원하는 2.0 규격 지원 기기도 늘어나며 쓰임새가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출시한 UHD TV부터 HDMI 2.0을 지원한다. 차세대 TV 시장이 UHD로 옮겨가면서 셋톱박스 등 주변기기들도 UHD 지원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전 출시된 UHD TV에는 4K/30P를 지원하는 HDMI 1.4가 지원됐으나, 지난해 9월 HDMI 2.0 표준이 채택되고, UHD 콘텐츠 제작이 4K/60P로 자리를 잡으며 HDMI 2.0이 중심에 등장했다. 소니, 도시바, 샤프, 파나소닉 등 해외 TV 제조사들도 HDMI 2.0을 필수로 제공하고 있다.
규격 진화뿐 아니라 HDMI 입력부를 늘리는 추세도 뚜렷하다. 2010년 이전 TV에는 HDMI 입력부가 1~2개에 불과했으나, 최근에는 3~4개로 늘어났다. 반면 HDMI 이전 영상·음향기기 연결의 주류를 이뤘던 3색 컴포넌트(Y/Pb/Pr)·컴포지트(AV)는 입력부가 1~2개로 줄거나 통합형으로 1개만 제공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영상과 음향을 케이블 하나로 전송하는 HDMI가 외부기기 연결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며 “TV의 범용성 강화를 위해 HDMI를 늘리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2008년 전 세계에서 2억대에 불과했던 HDMI 지원기기는 올해 보급이 13억~14억대에 이를 전망이다. HDMI 특허권을 갖고 있는 HDMI라이선싱(HDMI Licensing, LLC)도 지난해 1월 HDMI 기기 누적보급 30억대 돌파를 발표해 사실상 TV와 PC(데스크톱, 노트북, 태블릿 포함) 등 모든 영상·음향기기의 HDMI 지원 시대가 열렸다. 국내에서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도 TV, 모니터, 스피커 등에 HDMI를 늘리고 있다.
하지만 HDMI에는 ‘특허료’라는 걸림돌이 있다.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한 대형 제조업체들은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최종 생산품에 대해 LLC에 연간 1만달러와 기기당 0.04달러의 특허료를 지불한다. LLC는 HDMI를 개발한 업체들이 설립한 단체로 6개 창립멤버 중 소니, 도시바, 파나소닉, 히타치 등 일본 업체가 4곳이다.
5월 현재 국내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영상·음향기기, 방송장비, 방산 등의 업종에서 26개 기업이 HDMI 공식 파트너로 등록돼있다. 이 외 업체들은 HDMI 로고 사용 등에 제약을 받는다. 이에 대응해 PC 업체들을 중심으로 2008년 디스플레이포트(DP)가 등장했지만, 범용성과 보급 면에서 HDMI에 열세로 편리함과 범용성을 앞세운 HDMI의 독주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