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가 뒷이야기]계절적 흐름도 사라진 IT업계, 한숨만

○…자리 지키는 회장님

지금은 ICT 대기업의 CEO를 맡고 있는 A씨. 한때 그의 이름을 딴 ‘A의 법칙’이 만들어질 정도로 소재부품가에서 명성이 높았던 인물입니다. 그래서 유관 협회 회장직을 맡기도 했는데요. 아쉽게도 당시에 업계와 소통하는 것엔 서툴렀던 모양입니다. 회원사 대표들이 모이는 행사가 열리면 협회장이 직접 돌아다니며 안부도 묻고 고민도 듣고 해야 하는데 주로 자기 자리를 지키며 평소에 알던 사람들하고만 어울리는 스타일이었다네요. 그때 A씨가 소속된 회사가 소재부품가에서 ‘수퍼 울트라 갑’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이런 자리에서라도 자세를 낮추고 고민을 공유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텐데, 아쉬운 대목입니다. 다행히 A씨 이후의 협회장들은 회원사와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다는데요. A씨도 지금은 ‘소통의 귀재’로 변신했기를 기대해봅니다.

○…피가 안 섞이면 토사구팽(?)

부품 업체 B사 사장은 깊은 회의감에 빠졌습니다. 국내 대기업들과 거래하고 있지만 계속 이용만 당하다 버려질 것만 같은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예감은 적중했습니다. 최근 관련 대기업 계열사로 상당 부분의 물량이 옮겨갔습니다. 단가 인하 압박은 더 높아졌답니다. 수퍼 갑인 고객에게 항의도 못한다고 합니다. 신세한탄을 하는 B사 사장에게 대기업 담당자는 한술 더 떠 “피가 섞이지 않으면 결국 ‘팽’ 당합니다”라며 농반진반으로 웃으며 말했다고 하네요. B사 사장은 ‘토사구팽’ 신세가 될 게 뻔한 이 길을 계속 가야 할지 요즘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달면 삼키고, 더 달면 가족들에게 나눠주는 이런 문화. 결국은 대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입니다.

○…진심으로 사과하는 사람에게 돌 던질 사람이 있을까요?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습니다. 폭발사고, 화재, 건물 붕괴 등. 안전에 대해 경각심이 없었던 우리 사회 병폐가 한꺼번에 터진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책임을 묻고 넘어가야 합니다. 그와 별개로 사고 이후의 다른 모습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요. 어떤 기업은 계속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하고 어떤 기업의 잘못은 쉽게 잊혀지기도 합니다. 그 차이는 바로 책임자의 태도입니다. 안전사고의 최종 책임자는 대표이사도 아니고 바로 ‘오너’지요. 오너가 나서서 사과하고 사태 수습에 진정성을 보이면, 피해자들의 분노는 가라앉습니다. C사가 그런 경우입니다. C사 회장이 사과하는 것을 오히려 직원들은 말렸다지요. 그럼에도 C사 회장은 직접 사태 해결에 나섰습니다. 앞으로 사고가 더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책임지는 자세가 어떤 것인지는 배울 만한 것 같습니다.

○…계절적 흐름도 사라진 IT업계, 한숨만.

2분기 들어 스마트폰, 태블릿PC 수요 둔화 움직임이 가속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소재부품 업계는 지난 1분기도 쉽지 않은 때였다고 한 숨을 내쉬었지만, 2분기에 비하면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통상 IT시장은 1분기가 비수기이고 2분기 이후 회복됩니다. 4분기에는 재고조정 여파로 수요가 하락하는 계절적 흐름을 보입니다. 그런데 요즘 시장 상황을 보면 계절적 수요 이론도 들어맞지 않는 것 같네요. IT 시장 트렌드를 주도했던 스마트 시대가 저물어가는 모양새입니다. 우리 IT 산업이 스마트폰에 의존하는 비중은 아직 절대적입니다. 스마트폰 시장 경착륙이 본격화되면 후방산업에 미칠 영향은 엄청납니다.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 신성장 동력이 얼른 부상해 소재부품 수요를 뒷받침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매주 금요일, ‘소재부품가 뒷이야기’를 통해 소재부품가 인사들의 현황부터 화제가 되는 사건의 배경까지 속속들이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