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에게 자금 확보는 영원한 숙제다. 연구개발(R&D), 인력 채용, 마케팅, 제품 상용화 등 기업 성장 단계마다 자금이 수시로 필요하나, 생각만큼 기업인의 자금 사정은 녹록치 않다. 특히 수도권이 아닌 지방 창업·벤처기업은 투자를 받고 싶어도 정보나 네트워크가 부족해 투자 유치에 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자금 갈증을 덜어주기 위해 중소기업청이 지역 기업과 국내 유수의 벤처캐피털 업계간 중매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올해 처음 도입한 ‘지역 벤처 투자 설명회’가 주목받는 이유다. 투자업계가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지방 기업을 발굴하도록 하는 한편 지방 기업은 제대로 투자받을 수 있도록 기회의 장을 만들었다. 이에 전자신문과 중기청은 공동으로 지역 벤처 투자설명회를 찾아 우수 기업 발굴 현장 열기를 전한다.
지역 기업들이 스스로 벤처캐피털을 찾아 투자받기는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서울에 소재한 유명 벤처캐피털(VC)을 한 곳에서 만나 기업을 소개하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자리는 흔치 않다.
지역 벤처 투자 설명회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지방 창업·벤처기업을 발굴, 지방 투자를 촉진하고 지역 벤처 성장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중기청이 올해 처음 도입했다.
29일 오후 2시 대구 노보텔 엠베서더 호텔.
‘2014년도 대구·경북 벤처투자 로드쇼’가 열리는 행사장에는 대구 지역 창업·벤처기업인들로 북적였다. 지역기업 35곳이 투자 유치를 위해 이 곳을 찾았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VC 투자심사역들도 시간에 맞춰 일찌감치 행사장을 찾았다. 이날 오전 서울에서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마련한 버스로 함께 대구로 내려왔다.
정보기술(IT), 전기전자, 정보통신, 소프트웨어(SW), 바이오 의료 등 특성을 반영한 투자 기관들이 대거 참여했다. 대경창업투자, 대성창업투자, DFJ아테나, 스틱인베스트먼트, 에스제이투자파트너스, 에스제이 인베스트먼트, 타임와이즈 인베스트먼트 등 12개 벤처캐피털에서 투자 심사역들이 바쁜 시간을 쪼개 찾았다.
이날 행사는 투자유치 설명회와 투자유치 상담회로 나뉘어 동시에 진행됐다.
투자유치 설명회에는 삼성금속, 해원산업, 세교하이텍, 이에이치에이, 뉴런, 노빗 등 6개 회사가 참여해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콜키퍼, 뉴론웍스, 대구워터젯, 빅보드, 어번라이팅, 엔가든, 워킹불스 이노알앤씨, 아유텍 등 29개 업체는 별도로 마련된 투자유치 상담회에 참여해 투자심사역과 일대일 상담을 가졌다.
투자유치 설명회장이나 투자유치 상담회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그 어느때보다 진지한 자세로 기업의 기술력과 미래성 등을 설명하며 기업 알리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곳에서 만난 지역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이번 행사가 하나같이 반가운 기색이다.
김주교 세교하이텍 사장은 “이번 행사에 많은 기대를 하고 왔다”며 “두달 전 서울 여의도에 올라가 기업설명회를 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굳이 서울을 올라가지 않아도 지역에서 많은 투자기관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세교하이텍은 업력이 30년이나 되지만, 그동안 투자받은 적이 전혀 없다. 창업 초기에는 액정표시장치(LCD) TV 금형을 주 사업으로 했으나, 최근에는 자동차 부품인 엔진으로 사업 영역을 바꿨다. 수출을 포함해 연간 매출액이 200억원대에 달한다.
김 사장은 “오늘 투자 설명회에서 투자기관에게 회사 기술력을 제대로 알리고, 미래 비전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며 “중기청에서도 이런 행사를 자주 지역에서 갖되 오늘처럼 모아놓고 하는 투자설명회보다 다른 방법으로 할 수 있는 방안도 다양하게 검토해주기를 바란다”고 희망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이에이치에이 김종명 사장도 기대감이 크기는 마찬가지다. 유압 전문업체인 이 회사는 창업한 지 22개월 밖에 되지 않는 새내기 벤처다.
김종명 사장은 “본격적인 제품 출시를 앞두고 공장이나 시설 등을 짓기 위해 전반적으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스타트업이나 아무도 여태껏 하지 않았던 제품을 개발한 만큼 투자기관에 기술력을 집중적으로 알리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 지원 나온 박상준 대구·경북지방 중기청 창업성장지원과장은 “대구·경북에는 전기·전자 등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상당히 많다”며 “국내 중소기업 비중으로 보면 대구·경북이 10%도 안 되지만, 정부가 선정한 월드클래스 300 기업만 놓고 본다면 이 지역 기업비중이 20%나 될 만큼 우수한 기업이 많이 포진돼 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기업 발전을 위해서는 마켓이 필요하다”며 “벤처협회나 VC들이 대구·경북 지역 산업계를 눈여겨 보고 조망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투자기관의 심사역들도 좋은 기업을 놓치지 않기 위해 꼼꼼하게 살펴보며 기업인과 상담을 이어나갔다.
안병규 대성창업투자 투자1본부 팀장은 “사실 중기청이나 벤처캐피탈협회가 아니라면 지리적으로 서울과 멀어 대구 이남 지역을 둘러보기는 쉽지 않다”며 “이번처럼 대구나 광주 등 지역 기업을 모아서 기업설명회를 진행하는 것이 투자기관에도 많이 도움된다”고 말했다.
안 팀장은 “투자할 때 기업 CEO를 가장 주의깊게 관찰한다”며 “회사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아이템으로 사업화하는지를 평가시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역 기업인은 VC를 많이 만나야 투자를 받는데 더 많은 기회가 생기게 된다”며 “이런 행사가 있으면 명함이라도 교환하고 공식적으로 인사하면서 상담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대희 투자지원팀장은 “국내 VC의 80~90%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며 “이번 행사를 위해 2개월전부터 설명회에 참여할 기업을 추리고, 참여 VC도 모집하는 등 준비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2009년 협회 차원에서 처음 지역 투자로드쇼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후 간헐적으로 지역을 돌며 투자설명회를 가진 결과, 지역에도 좋은 기업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앞으로 심사역과 기업이 자꾸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늘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구=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