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배출권 총량 16억4000만톤, 기준 연도 설정부터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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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시행을 앞두고 하반기부터 모의 시장을 운영하는 ‘배출권 거래제’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산업계는 배출권 할당량이 부족하다고, 반대로 학계와 환경단체는 할당량이 과도하다며 극명하게 대립했다.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에 걸쳐 진행된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에 대한 권역별 설명회’는 배출권거래에 대한 사회 구성원 간 인식차이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산업계에 할당된 16억4000만톤의 배출권 총량에 대해 한쪽은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너무 낮다고, 다른 한쪽은 부담이 너무 크다고 전혀 상반된 목소리를 냈다.

학계와 환경단체는 배출권 할당량이 산업계 편의를 봐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 부문이 감당해야할 감축 부담을 덜어줘 일반 국민 등 배출권거래제가 적용되지 않은 분야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이다. 또 할당량이 많아지면서 배출권 가격 폭락에 따른 거래시장 경직 문제도 가져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산업계는 배출권 할당 기준이 2009년 설정된 온실가스 전망치로 변화된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고 신규 설비 증설 계획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준 수치인 배출 전망치부터 2009년에 과소 전망된 것을 사용하다 보니 할당량도 낮게 책정됐다는 설명이다. 2012년도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2800만톤을 기록하는 등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가 배출전망치를 상회하고 있다는 점도 산업계 주장의 배경이다. 2020년 배출 전망에 대해서도 산업계는 정부 예측치 8억1300만톤을 상회하는 8억9900만톤을 예상했다.

환경부는 양측 모두 들어주기 힘든 요구를 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16억4000만톤의 배출권할당량이 국가온실가스 감축과 배출권거래제 활성화를 유도하면서 산업계 영향을 감안한 수치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제시된 의견을 검토해 할당계획을 반영할 계획이지만 산업계 전망치에 달하는 배출권 전량 할당과 같은 과도한 요구를 받아주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배출권 할당량에 대한 산업계 반발은 온실가스 감축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시작된다. 산업계는 지금 기업이 설비에 들이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과 신규 설비 증설 계획에 따라 배출 전망치를 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금의 노력을 계속하는 기업은 배출권을 전망치만큼 할당받고 더 많은 감축 노력을 기울인 기업이 배출권을 확보해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기업에는 팔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면에 환경부는 기업이 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업이 할당량만큼의 온실가스 배출을 위해선 신기술 도입 등 지금보다 더 많은 감축 노력을 하고 지금 수준을 유지하는 기업은 앞으로 배출권을 구매해야 국가 온실가스 저감과 기술발전, 거래시장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배출 전망을 산정하는 그 시작점부터 다르다 보니 산업계와 환경부가 내놓는 산업계 적정할당량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음식료품, 목재, 수도, 항공 등을 뺀 주요 업종의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할당량을 14억9513만톤으로, 산업계는 17억7972만톤으로 보고 있다.

에너지 업계는 이번 배출권 할당량에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올해에만 국내 발전소가 원전 11기에 맞먹는 11GW가 늘어나는 등 신규설비가 잔뜩 들어서지만, 업계 배출전망을 줄었기 때문이다. 에너지 업계는 배출권거래와 전력요금, 간접배출 포함 등 이중규제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배출권 거래로 전력생산 단가는 높아지지만 해당 비용을 전력요금에 반영할 수 없는 부분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력생산 단계에서 발전사에게 감축 의무를 부여하고, 전력을 사용하는 제조업체에도 또 의무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합리하다는 의견이다.

환경부는 배출권 예비분이 역할을 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는 배출권 업종별 할당작업을 진행하면서 예상치 못한 신규설비에 대응하기 위해 9761만톤의 예비분을 확보해 놓고 있다.

<배출권 할당량, 산업계와 정부안 차이(음식료품, 목재, 수도, 폐기물, 건물, 항공 업종 제외) /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배출권 할당량, 산업계와 정부안 차이(음식료품, 목재, 수도, 폐기물, 건물, 항공 업종 제외) /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