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삼성, 구직자·기업 모두 만족하는 채용제도 마련에 고민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채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LG그룹이 최근 채용제도를 개편하면서 구직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삼성그룹도 올 초 채용 개편으로 홍역을 치룬 후 그룹의 인사 수장을 교체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그룹이 1일 내놓은 새 채용제도는 ‘통합과 집중’이다. 직무와 관계없는 ‘스펙’과 ‘개인정보’를 없앤 대신 직무 역량을 상세히 적도록 해 ‘직무 중심 선발’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2000년부터 고수해 온 계열사별 접수도 그룹 통합 채용사이트 ‘LG커리어스(careers.lg.com)’로 일원화해 구직자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이 사이트에서는 LG 모든 계열사의 채용공고, 안내, 발표가 제공되며 최대 3개 계열사까지 지원할 수 있다.

그동안 LG그룹 공채는 구직자들에게 ‘높은 산’으로 인식됐다. 일찍이 그룹 통합 채용사이트를 운영해 온 삼성, SK, 롯데, CJ 등 다른 대기업들과 달리 LG는 2000년부터 계열사마다 따로 지원서를 받아 구직자들이 불편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회수에 관계없이 모든 LG 계열사에 지원할 수 있었으나 계열사별로 인성·적성 시험일은 같아 서류전형을 통과해도 ‘버리는 카드’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지원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다보니 구직자들 중에는 ‘LG 포기족’도 생기며 LG가 인재확보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공학계열을 전공하고 지난해 대기업 연구직에 입사한 박모씨는 “여러 기업에 지원해야하는 취업준비생 입장에서는 지원 단계에서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기업 지원을 포기하기 쉽다”고 말했다.

각 계열사를 비교해 자신에게 맞는 한두 곳에 지원 기회를 주는 타 기업들에 비해 LG 계열사들은 중복 지원이 심해 심사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LG그룹 관계자는 “그간 지적됐던 과도한 자기소개서 분량도 줄일 방침”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풀을 그룹 통합으로 받을 수 있고, 구직자도 지원에 소요되는 수고를 덜 수 있어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6월 중 상반기 공채 최종 합격자 발표를 앞둔 삼성그룹도 공채방안을 두고 고민이다. 지난 1월 내놓았던 대학총장추천제와 서류전형 부활을 골자로 하는 개편안에 불어 닥친 역풍으로 더욱 조심스럽다. 1995년 ‘열린 채용’을 표방하며 도입된 현 체제의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한해 20만명이 몰리며 ‘인생 제2의 수능’이라 불리는 사회적 비효율성도 해결해야 한다.

삼성은 개편안 철회 이후에도 그룹 차원에서 아이디어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미래전략실 인사에서는 삼성의 재무·감사통(通) 정현호 당시 경영지원팀장(부사장)을 인사지원팀장으로 보내며 인사 라인의 인적 변화도 가져왔다. 삼성 관계자는 “효율적인 채용시스템 마련은 기업의 과제”라며 “일단 하반기 공채는 현 체제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공계 출신 엔지니어를 뽑아도 회로도조차 못 읽는 신입사원들을 보면서 기업들이 스펙 중심의 인재선발에 회의를 품게 됐다”며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인재를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며 뽑는 것이 기업의 과제”라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