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공공기관은 정부 지침에 따라 기존 7~8%대에 머물던 소프트웨어(SW) 유지관리 요율을 10%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 정부3.0 시책에 따라 전체적으로 3000억원 규모의 각종 관련 프로젝트도 진행해야 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정보시스템 규모에 따라 전체 운영비용도 늘어나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 공공기관은 SW유지관리 요율 인상과 운영예산 증가는 꿈도 못 꾼다. 정부3.0 프로젝트도 저가사업으로 곳곳에서 품질 우려가 나온다. 정보화 예산이 전년과 동일하거나 오히려 줄었기 때문이다. 해법은 한정된 정보화 예산을 효율화하는 방법뿐이다.
공공 정보화 예산을 효율화하기 위해서는 부처별로 추진하는 불필요한 중복 사업을 제거하고 통합·연계해야 한다. 범정부 전사아키텍처(EA)로 일부 사업을 조정했지만 여전히 많은 중복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복사업은 예산낭비뿐 아니라 단절된 정부 서비스로 대국민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정부 관계자는 “정보화 기획 초기부터 중복사업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정보화 중복사업 다수, 예산만 낭비
안정행정부는 지난해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공공기관의 1만8000개 전자정부시스템을 분석했다. 유사한 서비스 대상과 유형, 사용하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영역이 88개에 이른다. 규모로는 1000개의 정보시스템이 중복된 채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1조원 이상 금액이 중복예산으로 낭비됐다.
가계금융지원시스템은 보건복지정보개발원 ‘복지로’, 한국자산관리공사 ‘새희망네트워크’ 등 11개 기관, 19개에 이른다. 취업과 취업교육관련정보 제공시스템도 고용노동부 ‘워크넷’, 기획재정부 ‘잡알리오’ 등 34개 기관에서 44개의 시스템이 있다. 농촌진흥청 ‘농업경영종합정보시스템’,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농림수산식품연구개발사업통합정보시스템’ 등 18개 기관 52개 시스템이 유사한 농수산업지원정보를 제공한다.
이 외 △부동산 거래정보는 11개 기관 25개 시스템 △수출입지원정보는 8개 기관 20개 시스템 △해외 경제협력 지원정보는 13개 기관 19개 시스템 △방과후돌봄 서비스는 56개 기관 75개 시스템 △박물관·문화예술 정보는 69개 기관 98개 시스템 △평생교육 관련 정보는 113개 기관 167개 시스템 △먹거리 안전정보는 25개 기관 48개 시스템 △범죄예방 관련 안전정보는 27개 기관 60개 시스템 △민원처리 콜센터 관련은 26개 기관 32개 시스템 등 다수 영역의 대국민 서비스 정보시스템이 부처별로 산재돼 구축, 운영되고 있다.
기관별로 산재돼 운영되는 시스템 데이터는 대부분 중복되거나 파편적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시스템이 대부분 제각각 운영되면서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국민들은 서비스가 있는지조차 잘 모른다”며 “서비스 이용이 저조하다 보니 시스템 트랜젝션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3.0 시책에 따라 공공데이터 개방 사업과 빅데이터 분석 사업도 곳곳에서 개별 진행된다. 데이터가 연계, 융합해야 할 정부3.0 프로젝트가 여전히 부처별로 추진돼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예산만 낭비한다는 지적이다. 빅데이터 분석 사업도 부처별로 추진돼 한정된 데이터만을 분석, ‘빅데이터’가 아닌 ‘스몰 데이터’만을 분석한다.
◇중복사업 낭비로 정보화 전체가 저가사업
공공정보화 사업이 여전히 부처별로 추진돼 연간 수백억원의 예산이 낭비된다. 부처별로 구축된 정보시스템은 실제 운영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경우도 30%가 넘는다. 상당수 정보시스템이 유행처럼 구축이 추진됐다가 관련 사업이 실효성 문제로 폐지되면서 골칫거리로 전락한다.
한정된 정보화 예산이 불필요하게 낭비된다는 지적이다. SW 유지관리 요율 인상과 정보시스템 고도화 등 반드시 진행해야 할 프로젝트조차 적절한 예산을 배정하지 못해 품질이 떨어진다.
한 공공기관 정보화담당관은 “정부3.0처럼 기관평가에 반영되는 사업에 우선 예산을 배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다 보니 반드시 추진해야 할 사업도 예산 배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공공기관 정보화담당관은 “복지처럼 정부 관심이 높은 영역은 여러 기관이 앞 다퉈 관련 시스템을 구축한다”며 “상당수 시스템은 중복되거나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3.0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정보화 사업 전체가 저가예산으로 사업 품질이 떨어지는 배경이다.
중소 IT업체 대표는 “올해 발주되는 공공정보화 사업은 대부분 참여가 어려울 정도로 저가 사업만이 발주되고 있다”며 “발주되는 공공정보화 사업 중 절반 가까이가 제안업체가 없어 입찰이 유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