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특허로 권리를 보호받는 것은 사실상 포기했습니다.”
한 통신부품 수출중소기업 대표는 중국 진출 현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독자 기술을 개발해 국내 특허와 중국에서의 특허를 등록했지만 중국 내 범람하는 불법 복제품으로 큰 손해를 봤다는 설명이다. 그는 망 구축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중국에서 매출이 지속 상승할 것을 기대했으나 진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50여종의 복제품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관련 전시회에 유사한 제품 20여개가 출품된 현실을 마주해야 했다.
중국산 불법 복제품들은 낮은 인건비 등으로 가격을 낮추고 포장과 겉모양은 더 그럴싸하게 만들어 우리 기업과 계약을 한 거래처까지 위협했다. 특허대국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우리 기업의 지식재산권(IP)은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에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 사이에선 “특허고 뭐고 상관없이 기술을 개발하면 현지에서 빨리 팔고 털고 나오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이달 4일 부산에서는 세계 특허 선진 5개국 특허청장이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IP5 청장회의’가 열린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의 특허기관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이번 회의에서는 각국의 특허심사정보 공개 확대와 IP5 대민용 웹사이트 개편, 국제특허제도(PCT) 수수료 감면 및 특허 제도 조화 방안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또 사용자를 위한 서비스 제고에도 무게중심을 둔다.
그런 점에서 감안해야 할 게 있다. 특허청이야말로 이번 기회에 의장국으로써 수출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제도적 편의 제고에 앞서 권리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IP5 국가 특허청에서 출원되는 특허량은 전 세계 특허의 90%에 달한다. 양적으로만 앞서는 선진 5개국이 아닌, 특허 품질과 권리 보호 측면에서 세계의 모범이 되는 IP5가 되도록 우리 특허청이 중심 역할을 하라는 얘기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
-
박정은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