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시장이 ‘스마트’로 옮겨가면서 이를 두고 가전사와 OTT(Over the Top), 유료방송 간 3파전이 가열되고 있다. 특정 플랫폼 종속을 피하면서 자체 운용체계(OS)를 이용해 보다 간편하게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차세대 웹 표준 HTML5가 그 중심에 있다.
스마트 TV 경쟁 양상은 크게 세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자체 OS를 내장한 가전사의 스마트 TV, 구글 크롬캐스트처럼 일반 TV의 외부 입력부에 꽂아 쓰는 OTT, 풍부한 콘텐츠가 강점인 유료방송의 셋톱박스다. 이들은 각기 다른 OS를 사용하지만 모두 HTML5 기반이다. HTML5는 멀티미디어와 다양한 앱을 표현할 수 있는 웹 프로그래밍 언어로 액티브X와 같은 특정 프로그램 없이, 웹 자체에서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스마트 TV의 중심으로 주목받고 있다.
LG전자는 HTML5를 내세워 올해를 ‘간편한 스마트 TV’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이다. HTML5 기반의 LG전자 ‘웹 OS’는 ‘개방성’과 ‘편리함’을 앞세워 세계 판매 100만대를 돌파했다. 올해 TV 사업 재도약 카드로 내세운 웹 OS는 시중에 풀린 HTML5 기반 앱과의 호환성은 물론이고, 직관적이고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UX)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LG전자는 웹 OS의 유연성을 살려 앱 개발 생태계도 지원한다는 구상이다. 하현회 LG전자 사장이 올해 1월 CES에서 “‘TV는 간편해야 한다는 가치’를 다시 한번 살려 차별화에 나서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타이젠 OS 기반 소프트웨어 개발 도구 ‘카프’도 HTML5 기반이다. 다양한 디자인과 애니메이션 효과를 구현할 수 있어, 손동작과 음성 기반 명령 등 다양한 편의성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현석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해 “스마트폰에서의 경험을 스마트 TV에서 이어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며 ‘쉬운 TV’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OTT 진영의 공세도 매섭다. 보름 만에 2만대 넘게 팔린 구글 크롬캐스트는 HTML5 기반 ‘웹앱’을 지원해 ‘편리성’을 앞세웠고, 99달러(약 10만원)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아마존 파이어TV는 아마존의 HTML5 웹앱 유통과 맞물려 보다 다양한 콘텐츠를 갖출 수 있게 됐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전용 OS를 고수하는 애플도 애플 TV에서 게임, 동영상 등 HTML5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풍부한 콘텐츠가 강점인 유료방송 진영에서는 자체 셋톱박스에 스마트 TV 기능을 강화하면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KT와 티브로드는 HTML5 도입에 적극적이다. KT는 스마트 셋톱박스 OS를 모두 HTML5로 전환했고, 티브로드는 출시 10개월 만인 지난 4월 HTML5 기반 스마트 가입자가 5만명을 돌파했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HTML5 스마트 TV 앱 공모전을 열며 생태계 조성에도 적극적이다.
HTML5의 장점은 저렴한 비용이다. 특정 OS에 종속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앱 개발에 나설 수 있어 셋톱박스·OTT 등 다양한 형태로 스마트 TV 환경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중소 TV 제조사들도 이러한 현상에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용 OS가 없는 중소 제조사에 저렴한 OTT와의 결합은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한편 스마트 TV 시장은 올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TV 시장은 올해 8325만대를 기록하고, 내년 9354만대, 2016년에는 1억24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 조사에서는 지난해 전 세계에 판매된 평판 TV 중 33%가 스마트 TV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2010년 전체 평판 TV 중 인터넷 접속 기능을 내장한 제품이 19%에 불과했던 것에 비하면 큰 폭의 성장이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