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버랜드 내년초 상장...삼성 `3세 경영 체제` 속도전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가 내년 1분기 증권시장에 상장한다. 실질적으로 그룹의 지주회사 성격을 띠는 회사의 상장이다. 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3세 경영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삼성에버랜드는 3일 이사회를 열어 상장을 추진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윤주화 삼성에버랜드 사장은 “각 부문의 사업경쟁력을 극대화하고 해외진출 확대를 위한 기술, 인력, 경영 인프라를 적극 확보해 글로벌 패션·서비스기업으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는 삼성에버랜드의 상장을 사업구조 개편보다 경영권 승계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달 10일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중인 상황에서 전격적으로 상장 계획이 발표된 점도 공교롭다.

삼성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그룹 계열사를 장악할 수 있는 최고 정점에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에버랜드 지분 25.10%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이 3.72%를 갖고 있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사장도 각각 8.37%의 지분을 보유했다. 그룹 대표 승계자로 꼽히는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를 통해 주요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는 상장 후 삼성에버랜드 주가를 250만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회장 일가의 지분가치만 대략 3조원에 달한다. 이 부회장은 1996년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CB)를 주당 7700원(지분 매입금액 48억3000만원)에 사들인 만큼 지분가치 차액은 300배가 넘는다. 이 부회장은 앞서 발표한 삼성SDS 상장과 이번 삼성에버랜드 상장으로 3조원에 가까운 상장 차익을 거둘 수 있게 됐다. 이 자금은 이 부회장 등이 차기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분 매입과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이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만들어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들을 안정적으로 지배하는 동시에 이 회장 자녀 사이에 계열 분리를 가속화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GS, LS, LIG 등으로 분리한 LG그룹의 사례를 볼 때 지주회사 체제는 향후 3남매의 계열 분리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 삼성물산 등이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한 뒤 홀딩스를 통합해 거대 지주사를 만드는 방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다. 정대로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전자, 생명 등 그룹 내 핵심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이후 계열분리나 다음 세대로의 승계 작업을 완성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에버랜드는 이달 주간사를 선정하고 구체적인 추진일정과 공모방식 등을 결정할 계획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