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용역개발 회사에서 내가 창업한 이니시스로 이직한 직원의 이야기다. 컨설팅이나 용역개발은 최신 이론을 도입한 설계 그리고 예쁜 디자인을 입힌 시스템을 개발해 발주자에게 전달하고 검수 받아 돈을 받으면 끝이다. 그런데 이니시스는 설계와 개발이 끝이 아니라 그것으로 고객에게 직접 서비스하고 돈까지 벌어야 하니 부담이 몇 배로 커졌다고 했다.
개발자 없는 스타트업들이 급한 마음에 ‘외주용역’으로 제품·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을 많이 본다. 정말 말리고 싶다. 겉으로는 똑같은 기능을 하는 소프트웨어라 하더라도 그 시스템 내부의 코드는 쓰레기부터 명품까지 다른 것으로 채워진다. 용역을 발주할 때는 고객 친화적이고 스마트 한 시스템을 기대하지만 금융기관·공공기관의 시스템 같은 것을 받는다.
기술이 없으면서 IT회사를 왜 창업할까? 잘 몰라서 쉬워 보이고 더 커 보이고 먹음직스러워 보인 것은 아닌지? 공동창업자 중 누구 하나는 사업의 핵심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어야 한다.
수개월 동안 개발해 버전1.0 제품을 완성하면 즉시 돈이 벌릴 것으로 오해한다. 꿈이다. 버전1.0은 완성이 아니라 시작이다. 고객 친화적 시스템은 한번의 개발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사용하는 과정을 측정하고 분석해 개선하는 수년간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개선의 과정 역시 다이내믹하고 빠르게 의사소통하며 타이밍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용역회사와 공문이 오가고 회의하는 시간 동안 고객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즉시 해결하고, 개선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용역을 발주하는 시점에는 창업가 자신조차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모른다. 용역개발로 완성된 제품을 본 후에야 이게 그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되고 용역회사와의 다툼이 시작된다. 집요하고 꼼꼼하게 시나리오를 만들고 직접 사용하며 개발 과정에 함께 참여해야 한다. 개발보다 수정 예산을 두세 배 책정하라. 최소기능제품(MVP)에 집중하라. 최소기능이란 핵심기능을 말한다. 그것만 먼저 개발해 고객에게 선보이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런데 적은 돈으로 이런 식으로 일을 할 용역회사는 없다.
개발자 없이 창업한 IT 회사의 답 없는 스토리다.
프라이머 대표 douglas@prime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