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 경영권 승계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삼성은 3일 전격적으로 삼성에버랜드 상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입원와중에 나온 결정이라는 점에서 더 관심을 끌고 있다.
![[이슈분석]이재용 체제 위한 마지막 수순될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14/06/03/article_03185751683278.gif)
지난달 삼성SDS 상장 계획 발표에 이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까지 상장 계획을 밝혔다. 사실상 삼성그룹의 후계자로 낙점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마지막 수순’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체제 강화=이 부회장은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했다. 그는 삼성SDS 지분 11.25%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삼성에버랜드 지분도 25.10%를 확보해 최대 주주다.
하지만 삼성SDS와 삼성에버랜드의 지분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삼성SDS는 그룹 지배구조 말단에 위치한 회사다. 상장 후 이 부회장은 이 지분 매각을 통해 우선 자금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삼성에버랜드는 삼성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이를 통해 그룹 계열사 전반의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 부회장은 에버랜드 최대주주 자격으로 특유의 순환출자 고리를 활용해 그룹 전반의 지배력은 이미 확보한 상태다.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 이외에 현금 확보 수단을 제공한다. SDS와 에버랜드가 상장할 경우, 이 부회장은 3조원 가까운 현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 자금은 향후 이 부회장이 필요한 계열사 지분을 늘리거나 상속세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삼성에버랜드 상장은 이 부회장이 향후 그룹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선택할 카드의 범위를 확대시켜준 셈이다.
◇지주회사 전환도 임박?=증권가에서는 향후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전자를 포함한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배력을 강화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가 에버랜드와 삼성전자의 지분 구조다. 에버랜드는 삼성전자에 직접 주주가 아니다. 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의 최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지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그룹 핵심 회사인 삼성전자 지분을 단 0.57%만 보유한 상태다.
삼성에버랜드를 통해 삼성전자에 대한 실효적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
다른 방법으로, 삼성전자를 삼성전자홀딩스와 사업자회사로 분할한 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홀딩스를 합병해 지주회사를 만드는 안도 가능하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까지 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에버랜드-삼성전자-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초대형 지주회사를 출범시킬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언급되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는 추후 3세 경영인의 계열분리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많아=이 부회장의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관측이 많다. 여전히 난제는 많다. 이 부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지분은 미미하다. 실질적 지주회사인 에버랜드를 통해 계열사를 장악하는 구조지만 최근 통과된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과 중간금융지주사 제도 등은 삼성의 순환출자 구조에 변화를 요구한다.
이 부회장이 금융부문을 총괄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의 지주회사 전환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근 법안 개정으로 비은행지주사는 자회사로 비금융사 지분을 갖지 못하도록 했다. 삼성생명으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구도가 깨질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7.6%다. 이를 시장에 매각할 경우 경영권이 약화될 수 있고, 다른 계열사는 16조원에 달하는 이 지분을 인수할 여력이 없다. 업계 일부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사주 매입 형태로 삼성생명의 지분을 인수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삼성생명을 중간지주회사로 만들기 위해서는 ‘중간금융지주사제도’ 법제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인수합병 활성화 차원에서 중간금융지주사를 둘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방안은 ‘금산 분리 원칙’을 훼손하고 삼성그룹에만 특혜라는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법제화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이 ‘초일류 기업’ 삼성그룹을 승계할 능력을 갖췄느냐는 논란도 여전하다. ‘e삼성 실패’는 여전히 이 부회장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다. 부회장까지 초고속 승진을 해왔지만 정작 뚜렷한 사업부문을 맡아 성과를 보여준 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부담 요인이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