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내 3대 산업기술 비영리 시험인증기관인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KTC)·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의 설립 근거를 관련 법률에서 삭제하기로 했다. 해당 기관의 경영 자율성을 확대해 시험인증을 유망 서비스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다. 차제에 시험인증 산업이 ‘우물 안 개구리’ 식 사업을 넘어 무한경쟁 체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국가표준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KTR·KTC·KCL 3개 법정 비영리기관의 설립 근거 조항을 삭제했다.
지난 2010년 시험인증기관 통폐합 때 6개 기관을 이들 3곳으로 통합하기 위해 마련했던 근거 조항을 4년여 만에 다시 빼기로 한 것이다. 현재 국가표준기본법에는 3개 기관 각각에 대해 설립 근거와 수행 사업 범위가 명시돼 있다. 산업부는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국가표준기본법 개정안 처리를 추진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진행되면 KTR·KTC·KCL은 내년부터 ‘법정 기관’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낸다.
KTR·KTC·KCL은 산업부 산하 공공기관 한국산업기술시험원(KCL)과 함께 국내 산업기술 분야 시험인증 서비스 시장을 주도해왔다. 법률에 따라 설립된 기관이어서 공공 서비스 기능은 갖췄지만 법정 인증 관련 내수 시장에 안주하는 등 글로벌화에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정부 기관이라는 인식이 강해 해외 진출 시 어려움이 있고, 적극적인 투자에도 제약이 있었다.
산업부는 이들을 법정기관에서 제외시켜 경영 자율성을 확대하고 시험인증산업 기반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상진 산업부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은 “KTR·KTC·KCL 세 곳이 자율적으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 시험인증 산업화와 세계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근거 조항을 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관의 한 관계자는 “법정 기관이다 보니 경영에 유무형의 제약을 받는데다 때로는 공공기관으로 편입을 요구받는 등 어려움이 있었다”며 “앞으로 보다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한편으로는 법 개정을 계기로 KTR·KTC·KCL 세 곳이 사실상 무한경쟁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자율성이 확대되는 대신 독자 생존을 위한 경쟁력을 스스로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1월 마련한 시험인증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서 민간 기관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지정요건을 완화하기로 하는 등 경쟁 촉진에 힘쓰고 있다. 시험인증기관 관계자는 “당장의 변화는 없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쟁 활성화에 대비해 해외 사업과 고부가가치 서비스 강화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산업부 국표원은 이번 법정 기관 제외가 비영리 시험인증기관의 완전 민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단위:백만원)
※자료:국가기술표준원(매출액은 2012년 시험인증 매출 기준)
<단위:백만원 ※자료:국가기술표준원(매출액은 2012년 시험인증 매출 기준)>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