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iOS8` 헬스케어-스마트홈서 삼성과 대격돌 예고

애플이 2일(현지시각) 세계개발자회의에서 공개한 새 운용체계(OS) ‘iOS8’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신기능은 헬스키트와 홈키트다. 급부상하는 헬스케어와 스마트홈 시장으로 영역을 넓히려는 애플의 전략이 담겼다. 이 분야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주도권 경쟁이 예상됐다. 애플은 또 iOS8에 애플 제품 이용자들에게 더 많은 편의성과 부가기능을 제공, 고객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도 이어갔다.

이날 애플이 공개한 iOS8는 안드로이드 등 여타 OS에서 쓸 만한 기능을 대폭 수렴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LG전자·소니 등 안드로이드 진영이 선보인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능 등을 적극적으로 채택했다.

특히 삼성전자 ‘갤럭시S5’를 필두로 최근 스마트기기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헬스 분야를 전격적으로 채택한 것이 두드러졌다. iOS8에 도입된 ‘헬스키트’는 칼로리, 수면, 심박수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한다. 갤럭시S5에 심박센서가 장착돼 비슷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을 벤치마킹했다. 앞으로 헬스 관련 앱과 주변기기 시장이 급성장할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분석됐다.

4000개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개방해 개발자들이 다양한 혁신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웨어러블 시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어떤 기기가 출현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접근성을 최대한 높여 놓고 팀 쿡 최고경영자(CEO)의 최대 강점인 공급망관리(SCM)를 통해 구매를 유도한다는 전략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헬스키트는 소문으로만 무성하던 ‘아이와치’ 출시를 염두에 둔 사전포석으로도 해석됐다. 스마트 헬스시장의 킬러 앱과 서비스를 누가 선점하느냐가 앞으로 애플과 삼성전자의 스마트 대전에서 새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스마트홈 시장을 겨냥한 ‘홈키트’ 역시 애플이 삼성전자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기능으로 꼽혔다. 홈키트는 집 안의 가전제품, 조명과 보일러 등을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이다. 아이폰을 향후 스마트홈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전략이 담긴 셈이다.

하지만 스마트홈은 TV, 가전 시장의 강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발 앞선 분야여서 애플의 도전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는 TV, 가전 등 자사 제품이 연동되는 ‘홈셰어’ 전략을 이미 몇 년째부터 구사 중이다. 애플의 스마트홈 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집 안의 기기들과 연동이 필수인데 가전 제조사와 어떻게 제휴를 맺을 것인지가 관건이다. 홈키트를 기반으로 완제품 형태의 ‘애플TV’와 같은 홈 기기로 영역을 적극적으로 넓힐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애플 사용자의 로열티를 높이는 이른바 ‘가두리 전략’도 진화했다.

아이폰과 매킨토시를 완전히 연동해 아이폰으로 걸려온 전화를 매킨토시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대표적이다. 앱스토어에서 구매한 유료 콘텐츠를 가족 6명까지 공유할 수 있게 하고, 아이메시지로 음성메시지까지 보낼 수 있는 편의성도 극대화했다. 애플 제품에서만 제공하는 편리성으로 고객을 묶어 두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아이클라우드’에 이어 갈수록 진화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로 대표되는 안드로이드 진영의 약진과 중국 저가폰 공세에 충성도 높은 고객으로 시장점유율을 지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팀 쿡 CEO는 “안드로이드 최신버전(4.4) 킷캣 탑재율이 낮고(5%), 보안성도 취약하다”며 안드로이드 진영의 약진에 조바심을 나타내는 한편 “중국에서도 많은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iOS로 넘어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