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정보화 사업은 제안 준비에만 수십억원이 투입되지만 제안보상제도가 적용되지 않아 IT업체만 큰 손해를 보고 있다. 공공정보화 사업에 도입된 제안보상제도가 금융정보화 사업에도 적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안업체가 많게는 수십억원의 비용을 투입한 대규모 금융정보화 사업이 갑작스럽게 중단됐다 하더라도 제안보상이 이뤄진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다. 대형 정보화 사업이 중단되면 IT업체는 제안비용을 고스란히 손실로 떠 앉는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제안비용 60억원 투입
금융권 대형 정보화 사업 중 중단된 사례는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민은행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 사업이다. 국민은행은 5일 발표되는 금융감독원 감사결과에 따라 사업 추진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지만 현재로서는 추진이 불투명하다.
메인프레임을 유닉스로 전환하는 국민은행 사업에는 한국오라클, 한국HP 등 유닉스 서버 공급업체들이 벤치마크테스트(BMT)에 참여해 최소 20억원씩을 사용했다. 두 업체 모두 공급만도 800억원 규모에 이르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본사 엔지니어까지 투입하는 등 많은 비용을 쏟아 부었다.
BMT에 사용되는 미들웨어를 제공한 티맥스소프트와 스토리지를 제공한 LG히다찌도 적지 않은 비용이 사용됐다. 사업 준비를 진행한 SK C&C와 20여종의 중소 소프트웨어(SW)업체 제안 비용도 적지 않다. IT 업계 관계자는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에 BMT 참여 등 제안준비에 들어간 비용만도 60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사업 외에 흥국생명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 러시앤캐시 차세대시스템 구축 사업 등도 사업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다 중단한 사례다. 증권·보험사 중 대형 IT 사업을 추진하다 무산된 사례도 많다.
◇사업 무산된 사례 많지만 보상 없어
금융권에서 대형 정보화 사업이 사업자 선정 직전에 무산된 사례가 다수 존재하지만 단 한 차례도 제안보상이 이뤄진 적이 없다. BMT 실시로 상당한 자원이 투입돼야 하는 제안준비를 일상적으로 진행했지만 이 비용도 모두 제안업체의 몫이다.
중견 IT서비스기업 관계자는 “100억원 이상 정보화 사업에 제안하기 위해 최소 2억~3억원 이상의 제안비용이 사용된다”며 “사업자 선정을 진행하면 문제가 없지만 아무런 예고 없이 사업을 중단하면 제안비용만 고스란히 날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 계기로 금융정보화 사업에도 제안보상제도가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안보상제도는 2006년 전자정부법 개정으로 제안보상 적용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전자정부지원 사업과 일부 공공기관에서 적극 활용했다.
해외에서도 제안보상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금융회사는 BMT 등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정보화 사업 제안에는 직접 비용을 지불한다.
IT업체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는 BMT와 정보제공요청서(RFI) 등 요구하는 것도 많고 추진하던 사업도 마음대로 중단한다”며 “금융권 외에 이렇다 할 시장이 없어 IT업체는 울며 겨자 먹기로 금융정보화 사업에 참여한다”고 전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