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소셜커머스, `성장통 vs 출혈` 그 결과는

지난해 소셜커머스 시장은 전년에 비해 80% 이상 성장한 3조4000억원 규모에 달했다. 올해에는 이보다 30% 이상 늘어난 4조3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명실상부하게 유통 및 전자상거래의 한 축으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4살을 맞은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은 그러나 무리한 규모 경쟁과 출혈경쟁, 제품 품질 논란 등 신뢰성 문제가 부각되면서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게 업계 내외의 중론이다.

[이슈분석] 소셜커머스, `성장통 vs 출혈` 그 결과는

무엇보다 소셜커머스 업계는 초기 시장 안착과 브랜드 제고를 위해 과열 마케팅 경쟁을 펼치며 몇년간 불안한 대규모 적자를 감수해 왔다. 소비자의 쇼핑 행태를 바꾸고 중소상공인에 새로운 마케팅 채널을 열었다는 찬사와 함께 계속되는 적자행진에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한지 의문도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본지는 소셜커머스가 초기 시행착오를 딛고 모바일 시대에 걸맞는 ‘한국의 아마존’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소셜커머스의 실태를 집중 점검하고 문제점과 대안을 모색해봤다.

◇3강 체제 정립, 계속되는 경쟁

소셜커머스는 지난해 거래액 3조4000억원 수준으로 성장하며 국내 대표 유통 채널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4년 만에 4배로 커졌다. 아직 오픈마켓의 4분의 1, TV홈쇼핑의 절반에 못 미치는 규모지만 성장률은 전년 대비 80%를 기록하며 10% 성장한 오픈마켓과 홈쇼핑을 압도했다.

2010년 5월 티켓몬스터를 시작으로 국내에 소셜커머스가 도입된 지 4년만의 일이다. 급격한 성장 뒤에는 치열한 경쟁이 있었다. 초창기 수백개 업체가 난립했던 시장은 이제 쿠팡과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 3개 업체로 정리됐다.

치열한 싸움 끝에 원조 소셜커머스 그루폰까지 국내 시장에서 물러났다. 시장은 정리됐지만 아직 소셜커머스는 업계 내부 점유율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오픈마켓이나 홈쇼핑, 백화점 등 기존 유통 채널의 견제도 강해진 탓도 있다.

마케팅과 고객 만족을 위한 투자는 지속하면서 재무 지표는 건전하게 만드는 것이 숙제다. 이어지는 적자와 끊임없이 계속되는 마케팅 투자를 둘러싼 시장의 냉소를 극복해야 한다.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는 “현재 100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국내 상거래 시장에서 1%를 잡은 셈”이라며 “지금은 잠재 시장을 잡기 위해 지속적 투자로 점유율을 높이고 진입 장벽을 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미래 투자”vs“출혈 경영”

작년 소셜커머스 기업 실적은 이런 고민을 잘 보여준다. 티켓몬스터와 위메프는 지난해 큰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거래액과 현금 흐름 개선이 영업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티켓몬스터는 판매관리비 증가 폭을 최소화하며 적자를 줄였고, 위메프는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과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티켓몬스터는 2013년 매출 1148억원, 영업손실 70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815억원에서 41% 증가했고, 영업손실은 13% 줄었다. 티켓몬스터는 주식보상비용을 제외한 실제 손실은 60억~70억원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주식보상비용은 임직원에게 스톡옵션 등으로 부여한 주식을 비용 처리한 것을 말한다. 리빙소셜 및 그루폰과 주식교환 방식으로 인수합병하며 이 비용이 더 커졌다. 장부에는 비용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현금 유출은 없는 재무상 손실이다. 회사 관계자는 “올해부터는 주식보상비용 지출이 없어 재무 상태가 더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위메프는 지난해 매출이 785억원으로 2012년보다 3배 이상 커졌다. 영업손실은 70억원에서 360억원으로 늘었다. 판매관리비 역시 851억원으로 4배 이상 늘었다. 수익성보다는 공격적 투자로 시장점유율 확대에 주력한 때문이다. 지난해 배우 이서진과 이승기를 앞세운 대규모 마케팅과 구매 비용 절반을 적립금으로 돌려주는 ‘블랙 프라이스’ 이벤트 등이 원인이다.

마케팅 효과로 위메프는 지난 3월 PC 및 모바일 순방문자수 1300만명을 돌파하며 작년 12월부터 5개월 연속 1위를 지켰다. 위메프 관계자는 “휘발성 광고가 아니라 적립금 확대나 최저가 보상 등 고객에 실제 혜택을 주는 방향으로 비용을 지출한다”며 “일반 관리 비용을 효율적으로 운영, 향후 매출 증가와 함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작년 10월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 올해 감사보고서를 내지는 않았지만 큰 방향성은 다른 소셜커머스 기업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남는 문제

소셜커머스 업계는 매출과 거래액, 현금 보유액 증가 등의 지표가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티켓몬스터와 위메프의 현금 보유액은 52억원에서 301억원으로, 67억원에서 422억원으로 각각 늘었다. 초기 투자는 전자상거래 기업의 시장 안착을 위한 과정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누적적자가 여전히 크다는 것은 문제다.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는 티켓몬스터 2229억원, 위메프 700억원에 달했다. 오픈마켓과 경쟁하며 사업 영역을 계속 확대하고, 마케팅 경쟁도 당분간 지속된다면 자금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이어지는 가품 논란 등 신뢰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불안한 재무 상황과 맞물려 소셜커머스 전체 신뢰도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티켓몬스터는 올해 어그부츠 가품 판매로 인한 검찰 수사와 회원 개인정보 유출로 곤욕을 치뤘다. 위메프는 경쟁사 비방 광고로 공정위 제재를 받기도 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