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텍스로 간 인텔 ‘대만 업계와의 협력 강조했지만…’

[테크홀릭] 아시아 최대 컴퓨터쇼인 컴퓨텍스 타이페이 2014(Computex Taipei 2014)가 6월 3일부터 7일까지 5일 일정으로 대만 타이페이에서 막을 열었다. 올해로 34회를 맞은 이번 행사는 대만무역발전협회(TAITRA)가 주관하는 행사로 전 세계 170여개국 1,710개 업체가 5,069개 부스로 참여한다. 주최 측은 행사 기간 중 참관객 13만 명, 바이어 3만 8,300명 가량이 컴퓨텍스 타이페이를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컴퓨텍스로 간 인텔 ‘대만 업계와의 협력 강조했지만…’

컴퓨텍스 타이페이는 세빗과 CES와 더불어 세계 3대 컴퓨터쇼로 불린다. 규모 면에선 독일 세빗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ICT 행사이기도 하다. 이번 행사가 내건 슬로건은 “미래를 설계하라(Shaping the future)”. 이를 위한 핵심 기술로는 스마트 테크놀로지와 터치 애플리케이션, 웨어러블, 모바일 컴퓨팅, 클라우드 등 5가지를 꼽았다.

컴퓨텍스로 간 인텔 ‘대만 업계와의 협력 강조했지만…’

참여한 주요 업체는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존 윈텔 진영 외에 퀄컴과 ARM, AMD, 대만 기업인 에이수스와 에이서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가장 관심을 끈 기업 가운데 하나는 인텔이다. 컴퓨텍스 타이페이가 세계 최대 컴퓨터쇼 가운데 하나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에이수스와 에이서 등 이곳 기업이 PC 부품 산업을 선도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맹주 격인 인텔은 컴퓨텍스 타이페이 행사의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다. “미래를 설계하라”는 이번 행사의 슬로건은 인텔을 비롯한 대만 부품 기업이 PC 점유율 감소와 모바일 성장에 따른 고민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컴퓨텍스로 간 인텔 ‘대만 업계와의 협력 강조했지만…’

이런 점에서 3일 14시(현지시간) 르네 제임스 인텔 사장(Renee James)이 타이페이 국제컨벤션센터(TICC)에서 연 기조연설은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연단에 오는 그녀가 내건 화두는 “인텔과 대만 생태계”에 관한 것이었다. 컴퓨팅을 위한 여정을 강조하면서 성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1절 “PC 시장 안 죽었어”=1절은 한마디로 “PC 시장은 죽지 않고 우린 계속 잘될 것이라는 점”을 대만 부품 업계에 설명한 것이다. 그녀는 80년대 처음 대만 부품 업체가 인텔 PC용 메인보드를 생산하던 당시보다 현재 제품은 크기가 4분의 1 이상 줄어들었지만 반대로 성능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되짚었다.

1977년 DEC 창업자인 켄 울슨(ken olsen)이나 1999년 루 거스너(Louis Gerstner), 2005년 TI 리치 템플턴(Rich Templeton) 등이 PC 시대가 끝났다(The PC Era is over)고 발언한 내용을 소개하면서 되려 PC 시장은 줄어들지 않고 이런 발언이 있을 당시마다 PC는 1억대, 2억 3,200만대, 3억 5,400만대 등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PC 시장이 건재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대만 부품 업계에게 안심하라는 메시지, “앞으로도 우리 계속 잘될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르네 제임스 사장은 이어 다시 PC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면서 태블릿 시장이 지난 2013년 2억 3,300만대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런 클라이언트 컴퓨팅을 통해 태블릿을 포함한 PC 시장이 5억 2,900만대로 성장곡선을 이어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그녀는 인텔이 말하는 무어의 법칙이 성능과 저전력, 트랜지스터당 가격 하락 등 3가지로 태블릿을 비롯한 모바일 컴퓨팅 시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2절 대만 부품 업계를 위한 안심 로드맵=2절은 새로운 성장 동력인 태블릿 등 모바일 시장 공략과 시장 확대를 위해 대만 부품 생태계와 어떻게 협력하고 있는지, 또 앞으로 어떻게 협력 관계를 이어갈 지에 관한 설명이다.

르네 제임스 사장은 이어 폭스콘과 공동 개발한 태블릿 레퍼런스 디자인을, 에이서가 코드명 무어필드 2.33GHz 태블릿을 통해 64비트 쿼드코어 AP 모델을 선보였다는 것 등을 연이어 설명했다. 폭스콘과는 디자인 10종을 개발하는 등 대만 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아톰 기반 태블릿 레퍼런스 디자인만 40개를 쏟아낸다는 계획이다.

인텔은 PC 시장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상대방과의 비교를 하지 않던 것과 달리 행사 도중 인텔 Z3770과 퀄컴 스냅드래곤 801의 성능을 간단하게 비교하는 장면을 보여주거나 아톰 Z3580 무어필드와 퀄컴 스냅드래곤 801과의 벤치마크 비교(MobileXPRT 2013)를 소개하기도 했다. 인텔이 이 시장에서 누구를 가장 염두에 두고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또 이는 인텔이 이 시장에서 느끼는 조바심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서 소개한 대부분 제품은 이미 CES나 MWC 등에서 발표한 것이었다. 첫선을 보인 건 고성능 태블릿이나 에이수스 등이 주도하는 2in1 컨버터블 등을 위한 코어M과 코어M vPro다. 르네 제임스 사장은 인텔이 14nm 제조공정을 처음 도입한 코어M, 4세대 코어 프로세서(브로드웰Y)가 TDP 60%, 배터리 사용시간은 20∼40%, SoC 전력 소모는 10∼45% 등 효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점을 소개하고 올 연말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텔은 그 밖에 4GHz 동작 클록을 지원하는 코어i7 4세대 프로세서(하스웰)도 선보였다.

◇ 3절, 미래 컴퓨팅을 위한 인텔의 대답?=마지막 3절은 인텔이 스마트폰 등 통신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통신칩과 서버 등을 묶은 것이다. 인텔은 3G 통신 칩인 소피아(SoFIA 3G)를 아톰 프로세서와 통합한 원칩 솔루션으로 올해 4분기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 록칩과 손잡고 ‘뜨는 해’ 중국 시장에서 보급형 스마트폰 시장도 공략한다. 또 태블릿용 3D 카메라 기능인 리얼센스(Real SENSE)로 얼굴을 실시간으로 읽어 들여 아바타가 그대로 재현하는 장면, 콴타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서버 등에 대한 설명으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르네 제임스 사장은 미래의 컴퓨팅을 위해 여기에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인텔의 답으로 “통합 커뮤니케이션과 컴퓨팅, 센서와 클라우드 등이 통합되어 가는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인텔은 이런 모바일 라이프를 좌우하는 모든 곳에 관련 프로세서를 공급하겠다는 뜻이다.

인텔이 이 날 보여준 모습은 인텔과 PC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파트너인 대만 부품 업계에 대해 “우리 아직 안 죽었다. 계속 잘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장 자체가 인텔이나 에이수스 등을 비롯한 대만 업계가 말하듯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고 있지만 부품 위주인 대만은 자신들보다 중국 기업의 성장이 도드라진다는 점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모바일 시장의 차세대 먹거리 격인 사물인터넷과 이의 핵심 격인 웨어러블에 대한 구체적인 해답은 인텔이나 이들 대만 업체에게 아직 없다.

PC 시장의 경우 포스트PC에 대한 구체적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 상태다. 실제로 에이서의 경우 지난 2013년 전 세계 PC 시장 점유율은 출하량2,568만대로 4위를 차지했지만 전년보다 무려 28.1%나 줄어든 것이다. 3위를 차지한 에이수스 역시 출하량 2,000만대로 6.3%를 지배했지만 이 역시 전년보다 17.7%나 감소한 것이다.

인텔 브라이언 크로자니크 CEO는 올해 인텔이 4,000만대에 이르는 태블릿에 자사 프로세서를 장착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태블릿 시장 대부분이 안드로이드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텔은 이 시장에 주력해야 이 정도 판매량을 끌어낼 수 있다. 인텔이 원하는 판매량을 달성하려면 적어도 15∼20%는 차지해야 한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태블릿 시장에서 차지한 22.6%라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버거운 수치다. 르네 제임스 사장은 구체적 해결책보다는 대만 업계와의 지속적 협력과 공조, 이를 통해 안심하라는 메시지 이상은 내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컴퓨텍스 타이페이 행사는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www.danawa.com) 취재 협조로 진행 중이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 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