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박단소·성능 향상의 키 `접착제` 산업 급부상

부품과 부품을 붙이거나 고정시키는 데 사용되는 접착제가 전자·자동차 산업에서 성능을 향상시키고 경박단소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구시대적인 제조업의 부산물 정도로 여겨졌던 접착제가 근래 첨단 제조업의 필수 소재로 주목받는 것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접착제가 전자·자동차 등 주력 업종에서 충격·소음 흡수, 시인성 향상, 열 방출 등에 기여하면서 그 산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안전성 향상이다. 볼트·너트 등 기계적인 고정 장치로 부품을 붙이기도 하지만 그 사이에 접착제를 한 번 더 펴 바르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자동차 부품을 망치로 때리는 충격 시험에서 접착제 종류에 따라 이동거리가 30%가량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소음 흡수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근래 자동차 업계의 접착제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다. 최근 현대자동차 소나타에는 접착제 사용량이 1년 만에 5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글로벌 소재 기업들도 부품 조립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접착제 사업을 늘리고 있다. 자동차용 접착제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독일 헨켈은 방음·방진, 구조 보강, 엔지니어링 접착, 표면처리, 차체 실링 등 자동차 제조 대부분의 공정에 필요한 접착제를 공급 중이다.

전자 산업에서도 접착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일례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디스플레이의 시인성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접착제가 큰 역할을 했다. 터치스크린패널(TSP)과 디스플레이 간 에어갭을 광학접착제(OCA, OCR)로 충진하면 시인성이 향상된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OCA/OCR 시장규모는 지난 2013년 6억9400만달러(약 7107억원)에서 오는 2017년에는 8억5200만달러(약 8724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TSP 외에도 발광다이오드(LED) 방열, 미세 반도체 적층 등 여러 용도로도 접착제가 사용된다. 어떤 재료로 접착하는지에 따라 방열 차이가 확연하게 달라지기 때문에 LED와 반도체 시장에서도 고부가가치 접착제 수요가 늘고 있다.

접착제 시장 성장은 세계적인 트렌드다. 제조업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중국에서 접착제 생산량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지표다. 중국접착·테이프산업협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접착제 생산 규모는 지난 2010년 587억위안(약 9조6180억원)에서 2012년 709억위안(약 11조617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접착제가 접착력만으로 평가 받는 때는 지났다”며 “첨단 제조업에서 갈수록 접착제가 주요 기능에 기여하는 바가 많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